해외 구단에서 받은 33억여 원의 연봉을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은 프로 축구선수에게 9억여 원의 종합소득세를 고지한 과세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중국 상하이의 한 프로축구팀에서 뛰던 A 씨가 성동세무서를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중국 프로축구리그에서 뛰게 된 A 씨는 2017년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면서 구단으로부터 받은 33억 6000여만원에 대한 세금분을 누락했다.
이에 성동세무서는 중국에서 받은 연봉도 과세대상에 포함된다며 A 씨에게 9억 10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고지했다.
A 씨는 조세심판원에 낸 심판청구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A 씨는 2016년 1월 중국 구단과 입단계약을 위해 출국한 후 2018년 2월까지 대부분 시간을 중국에서 생활했으니 종합소득세법상 '비거주자'라고 주장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거주자이거나 비거주자이지만 국내 원천 소득이 있으면 소득세 납부 의무를 진다.
법원은 A 씨가 당시 중국에서 선수활동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소득세법상 '비거주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직업 및 자산 상태에 비춰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여겨지는 때에는 국내에 주소를 둔 것으로 간주한다.
재판부는 "A 씨는 2016년에 국내에 가족이 있었고, 수입금 대부분은 국내로 송금돼 A 씨 가족의 생활비, 부동산과 자동차 구입 등에 사용됐다"며 "직업 및 자산 상태에 비춰 183일 이상 계속 국내에 거주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A 씨는 자신은 '한·중 조세조약'에 따라 중국 거주자에 해당하니 중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국내 납세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 구단은 A 씨에게 연봉 및 수당을 지급하며 세금 1억5000여만원을 원천징수했다.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한국과 중국이 맺은 조세조약에 따르면 개인이 조약을 체결한 두 나라 모두에 오랜 기간 살 수 있는 '항구적 주거'를 둔 경우,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나라의 거주자로 본다.
재판부는 A 씨와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나라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한·중 조세 조약상 우리나라 거주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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