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 모(52) 씨의 가석방을 도왔던 복지회 이사장이 "윤 씨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라고 확신했다.
지난 27일 뉴시스에 따르면 나호견(69) (사)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원장은 "(윤 씨가) 다리는 불편하고 집도, 돈도 없었다"며 "이런 조건으로 교도소에서 사는 건 대단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윤 씨는 교도소에서 늘 당당했고 열심히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1989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한 후 2009년 8월 모범수로 감형받아 출소했다.
지난 2007년 청주교도소 교정위원으로 윤 씨와 처음 만난 나 원장은 윤 씨가 2009년 출소한 후 자립까지 도우며 가깝게 지내고 있다.
나 원장은 "윤 씨가 출소 후 '세상 사람 모두가 날 살인범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난 진짜 안 그랬다. 원장님 한 분이라도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데 거기서 진심이 느껴졌다"며 "가짜 범인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 씨가 너무 안타까웠고, 불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씨는 출소자의 집에서 3년간 생활하고, 7년 넘도록 옆집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며 "그를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윤 씨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봤다. 그만큼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고 윤 씨의 무죄를 확신했다.
나 원장이 운영하는 출소자의 집은 직업을 가지고 월급의 반을 적금할 것, 음주하지 않을 것, 오후 10시까지 귀가할 것 등의 규칙이 있는데 윤 씨는 3년 동안 한 번도 규칙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 원장은 "윤 씨는 출소 후 10년 넘게 사고 한 번 치지 않았다"며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면 10년이 넘도록 그런 충동을 참고 어떻게 생활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는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 윤 씨가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한 가정집에서 박 모(당시 13세) 양이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거쳐 근처 농기구 공장에서 일하던 윤 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자백을 받아냈다.
윤 씨는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주장했지만, 상급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가 8차 사건이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해 윤 씨는 현재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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