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피해자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려다 8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다면 이를 강제추행죄의 형량을 따질 때 참작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 모(42)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이 씨는 2018년 11월 회식 자리에서 만취한 직장동료 A(29·여)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히고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피해자 A씨는 이 씨의 집에서 벗어나려다 8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지만, 검찰은 이 씨의 추행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준강제추행치사'가 아닌 '준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했습니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이 씨의 선고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려 요소로 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형법은 선고형을 결정할 때 '범행 후의 정황'을 반드시 참작하도록 합니다.
1·2심은 "피해자 사망은 형법이 정한 양형 조건인 범행 후의 정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를 형벌 가중적 양형 조건으로 삼아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이례적인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이 씨가 "선고형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피해자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 사망 결과와 추행 범행이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하급심 양형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