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시골 면장이 된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경북 의성군 안계면장인 안종천(47) 박사다. 그는 국무총리실 전문위원, 국토교통부 전문위원 등을 거치며 새만금종합개발계획 등 10여년간 굵직한 국토개발 계획을 수립한 인물이다. 그는 경북에서 처음 실시된 '개방형직위 면장'에 응모해 지난달 22일 안계면장에 취임했다. '개방형 직위 면장'에 전남 순천시 낙안면장에서 이어 그가 전국에서 두 번째다. 취임 한 달이 지난 그는 "현장에서 주민들과 몸소 부딪히다 보니 매일매일 보람을 느낀다"며 "직접와서 보니 잠재력이 상당히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박사가 시골 면장으로 온 이유는 현장에서 직접 농촌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그는 "농촌은 침체 속도가 빠르고 한템포만 늦어지면 무너진다"며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현장에서 몸소 실천하고 농촌을 새롭게 살리는데 역할을 하고 싶어 면장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안 박사는 경북도의 지방소멸 극복 프로젝트인 '이웃사촌 시범마을 조성 사업'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안계면에 추진 중인 이웃사촌시범마을은 도시 청년들의 유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자리 주거 복지체계'가 구축된 농촌혁신형 마을 조성 사업이다. 스마트팜과 창업 지원 공간 등을 만들어 도시청년을 유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안 박사는 "이 사업은 외지 청년들의 유입이 목적인 만큼 지역민들과 외지인들 간의 소통 확대를 통해 연착륙을 도와주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농촌을 잘 모르는 만큼 이들이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벼룩시장 개설 등 소통 창구를 만들어 청년들이 지역에 융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농촌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박사는 "우리는 어떤 지역이 무엇으로 성공하면 그것을 무조건 따라가는 성향이 강하다"며 "그렇게 해서는 지역이 발전할 수 없고 지역성이 있어야 농촌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 등에서는 지역민들의 애향심이 매우 강하다"며 "그런 애정 속에 독창성을 표현할 수 있는 지역성이 단적으로 드러나면 농촌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역성을 살려 붕괴된 농촌지역을 살리는 성공 모델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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