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지난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지난 16일 오후 4시 25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은 오후 2시 30분께 북한산 자락길에서 자신의 운전기사가 운전한 차에서 내려 산 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후 3시 42분께 정 전 의원의 부인은 그가 자택에 남긴 유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요청을 받고 소방당국이 함께 수색에 나서 정 의원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정 의원은 숨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은 지난 8년 전 종합문예지인 '한국문인'에 기고했던 가상 유언장이 회자되고 있다.
A4용지 한장 반 분량의 이 가상 유서에 가족에 대한 사랑, 치열했던 인생, 부모님에 대한 후회 등이 녹아 있다.
정 전 의원은 'OO, OO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라는 가상 유언장 첫 부분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아빠가 이 세상에서 너희를 제일 사랑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었다"며 "너희가 있어 나는 늘 행복했고, 너희가 없었으면 내 인생은? 글쎄?"라고 적었다.
가상 유언장이지만 아쉬운 일도 털어놨다. 당시 재선 의원이었던 그는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난 너무 완벽한 인생, 후회 없는 인생을 추구해왔다"면서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일인 걸 알았지만, 결코 포기가 안 되더구나. 그 덕분에 내 인생은 너무 고달팠던 것 같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또 "막상 눈을 감으려니 후회가 되는 일도 많구나. 솔직히 난 우리 부모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단다"라며 "하늘나라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님께 사과도 받고 사죄도 드리고 싶구나"라고 부모님에 대한 후회도 표현했다.
화가 난 딸이 며칠간 말도 않다 『미안하다는 말이 그렇게 힘들었나요』란 책을 준 기억, 홍은동 연예인으로 불린 아들이 어릴 적 그렇게 예뻤을 때 예뻐해 주지 못한 일 등도 담았다.
정치인으로의 힘든 삶도 털어놨다. 그는 "정치라는 거칠디거친 직업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하고 나빠졌지"라며 "너희도 가급적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가 참 힘들지. 늘 권력의 정상을 향해서 가야 하니까"라고 했다.
그는 "유언장을 처음 쓸 때는 막연하고 막막했는데 이런 식으로 쓰다 보니 끝이 없을 것 같다"며 "속편을 더 쓰기 위해서는 며칠이라도 더 살아야겠구나"라고 끝을 맺었다.
한편 정 전 의원은 서울시 부시장을 지내다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19대 총선까지 서울 서대문을에서 내리 당선됐으며,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낙선 이후에는 종합편성채널 시사·예능 프로그램의 진행과 패널로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마포에 음식점을 개업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