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도피 과정에서 타인의 신분을 통해 미국 시민권 등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회삿돈 32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 도피한 뒤 23일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정씨는 1997년 IMF 사태 당시 한보의 자회사 자금 32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자 도주한 뒤 이달 중남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혀 지난 22일 압송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정씨 주변인물을 중심으로 기록을 검토한 결과 정씨가 캐나다 시민권자인 A씨의 이름을 이용해 캐나다,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순차로 취득한 것을 포착했다. 또한 정씨가 에콰도르에서 LA를 목적지로 지난 18일 파나마행 비행기로 출국 예정이라는 사실을 이륙 약 1시간 전에 확인해 송환을 시도했다.
검찰의 요청을 받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은 파나마 이민청에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정씨 정보를 전달했고, 파나마 이민청은 정씨를 공항에서 붙잡았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정씨가 입국하자 곧바로 호송한 뒤 도피 경로 등을 조사했다. 외사부는 향후 정씨가 A씨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한 조사와 함께 정씨가 허위 사실로 시민권을 취득했는지 등을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나머지 그룹 일가는 여전히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