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 항소심 첫 재판에서 "직권남용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 측 강훈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항소심 1회 공판에서 "직권남용죄 법조문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제가 맡고 있는 전직 대통령 사건에서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현재 직권남용에 대해 법리적 쟁점들을 논의 중이어서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회 공판은 8월 22일에 열린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된 법률에 위헌 소지가 있을 때 재판부 직권으로나 소송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제청하는 절차를 말한다. 재판부에서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재에서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실제 강 변호사는 지난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등 혐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직권남용죄는 불명확해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없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냈다. 법령상 직권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 해석 여지가 지나치게 많아 정치보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군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배득식 전 국군기무사령관도 지난 19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특히 배 전 사령관의 변호를 맡은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2006년 헌재에서 직권남용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때 유일하게 위헌 의견을 낸 인물이다. 그는 당시 "'직권남용'이나 '의무'의 의미가 모호해 정치 보복에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매일경제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6명의 하급심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혐의 97건 중 28건이 무죄(마지막 심급 기준) 판결을 받아 무죄율은 28.8%에 달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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