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 모씨는 지난해 11월 중순 미성년자에게 담배 2갑을 팔았다는 이유로 경찰서 출석 통지를 받았다. 김씨는 담배를 사간 사람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해 확인했고 외관상 성인으로 보였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편의점 사장도 "담배를 사간 청소년이 고의로 편의점을 신고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경우처럼 청소년에게 속아 주류나 담배를 팔고도 되려 처벌을 받는 편의점이 늘면서 관계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악의적 의도를 가진 청소년에게 속아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억울한 사례를 두고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개정 식품위생법에 따라 주점 업주들의 피해구제가 가능해지면서 편의점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시행된 개정 식품위생법은 구매자의 나이를 알지 못했거나 폭행이나 협박으로 인해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식품접객업 사업주를 행정제재 처분 대상에서 제외했다. 위·변조하거나 도용한 신분증을 사용한 청소년을 구분하지 못한 사업주들이 억울하게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청소년보호법, 식품위생법 등 미성년자 주류 판매 업주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해 형사처벌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영업정지 처분은 면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편의점 업주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편의점은 식품접객업에 포함되지 않아 영업정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담배까지 판매하는 편의점 업주들의 반발은 더 심하다. 판매담배사업법에서도 미성년자에게 피해를 입은 사업주를 구제할 면책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구 편의점 업주 B씨는 지난 2015년 C군(18)에게 담배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B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사건 발생 2년 만에 영업정지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 24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등 10명은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담배판매 소매업자들이 청소년에게 속거나 협박받아 담배를 판매했을 경우에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계류중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일부 편의점 업주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1대당 40만원대인 신분증 위·변조 감별기를 구입하는 업주도 등장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차원에서 신분증 감별기를 주류·담배 판매처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경기도에서는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1000대 규모의 '신분증 판별기 지원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장은 "이번 식품위생법 개정안의 취지가 억울한 자영업자들을 구제해주기 위해서라면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을 위해서도 행정제재 처분 면제 조항 등을 마련하는 등 법령 정비를 해주는 것이 형평성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전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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