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나 산책로에 사용되는 친환경 보행매트 생산업체 A사는 요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불법 수입되는 보행매트가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되면서 자사 제품 납품 실적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행매트의 경우 조달청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산시설을 직접 갖추고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만 나라장터에 제품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해외 수입 제품을 국내 생산 제품으로 둔갑시켜 입찰에 참가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것이다. A사 대표는 "불법 업체들 때문에 올 1분기에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며 "입찰 부적격 업체들이 보행매트 시장에 난입하면서 선의의 작은 기업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보행매트 시장에 부적격 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해 제품을 납품해 오다 세관 당국에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7일 조달청과 인천본부세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행매트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서 불법 수입한 '무늬만 생산업체' 2곳을 적발해 조사 중이다. 이들 업체들은 베트남 등 해외에서 보행매트 완제품을 수입한 뒤 이를 국내 생산 제품으로 꾸며 나라장터에 제품을 납품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수입 업체들은 보행매트 완제품을 수입하면서 제품 원료를 수입한 것처럼 꾸며 일명 '밴드갈이'를 해 오다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매트 시장에 입찰 부적격 업체가 잇따라 적발되는 이유는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식생매트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보행매트 국내 시장은 매년 성장해 현재 연간 5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조달청에 등록된 보행매트 생산업체도 50여 곳에 달한다. 각 지자체마다 등산로, 둘레길 조성 사업 등 문화 관광사업 분야 예산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시장이 커진 요인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보행매트는 오래 사용해도 토양에 썩게 돼 친환경적이고 등산로 미끄럼 방지 등 안전사고 예방에도 용이해 선호하는 조달 품목이다.
해외 제품들이 국내 제품에 비해 싼 값에 팔리고 있는 것도 불법 수입 업체들이 난립하는 이유다. 조달청은 보행매트 사업자들이 조달 등록을 신청하면 해당 공장을 방문해 직접 생산이 가능한 지를 확인한 후 조달 등록 업체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해외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면 최대 30%까지 저렴한 값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국내 생산을 하지 않고 공공 조달 시장에 납품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수입 제품의 경우 국내 생산 제품보다 직조 기술이 떨어져 품질이 훨씬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현장 실사를 가더라도 생산 시설을 다 갖춰놓고 있지만 수입 제품 값이 월등히 싸기 때문에 불법 행위가 발견되고 있다"며 "세관 조사 결과에 따라 관급 시장에 불법으로 납품한 보행매트 업체들은 조달 등록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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