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과거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 사례를 규명해온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이 오는 31일 공식 종료됩니다.
과거사위는 오늘(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마지막 정례회의를 열고 용산참사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관련한 최종 보고를 받고 심의 절차를 밟았습니다.
과거사위는 조만간 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2017년 12월 발족한 과거사위는 용산참사와 김 전 차관 사건 심의를 마지막으로 오는 31일 약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합니다.
조사 실무를 맡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작년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김 전 차관 사건 등 총 17건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주요 조사 대상 사건은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2013년) ▲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 PD수첩 사건(2008년) ▲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2010년) ▲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2015년) ▲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년) ▲ 유우성 씨 증거조작 사건(2012년) ▲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1990년) ▲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2008년) ▲ 배우 고(故) 장자연 씨 성접대 의혹(2009년) ▲ 용산참사(2009년) 등입니다.
애초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기본 활동 기간은 6개월이었으나 외압 논란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 등으로 활동 기간을 4번 연장했습니다.
과거사위와 조사단 활동은 검찰권 남용에 대한 조직 차원의 과오 인정 및 사과를 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과거사위 권고를 받아들여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눈물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 부랑인 선도 명목으로 운영된 일종의 수용시설로, 시민을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과 학대 등을 일삼은 공간이었지만, 박인근 원장 등 관련자들은 당시 전두환 정권의 비호 의혹 아래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문 총장은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위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허리를 숙였습니다.
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에 따라 차려진 이른바 '김학의 수사단'은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후 6년 만에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국민적 의혹을 샀던 장자연 씨 사망과 관련해서도 검경의 부실 수사와 조선일보의 외압을 확인해냈습니다.
그러나 강제수사권이 없는 태생적 한계와 공소시효의 벽에 가로막혀 진상 규명에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서는 장 씨가 술접대 강요에 시달렸던 사실, 범죄를 파헤치는 데 미온했던 검경의 부실 수사, 조선일보의 외압 행사 등을 규명해냈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재수사 권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압수수색이나 강제소환 등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 보니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개시에 이를 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조사 대상인 전·현직 검사의 외압 등으로 조사가 어렵다는 일부 위원들의 폭로가 나오고, 내부 분열상이 외부로 드러나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용산참사를 담당하는 외부단원 4명 전원이 검찰 구성원의 외압이 있어 공정한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교체된 일도 있었습니다.
수사 미진 등이 밝혀졌음에도 당시 검경 수사 당사자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로 이어진 것은 아직 한 건도 없습니다.
이날 마지막 심의 대상에 오른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던 중 경찰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입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경찰의 철거민 과잉 진압 여부를 놓고 검찰 수사가 미흡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습니다.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차관 사건이 이미 구속된 가운데 과거사위가 2013·2014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 등과 관련해 추가 수사 권고를 내놓을지도 관심사입니다.
검찰 과거사위는 증거 보존 등의 차원에서 1년 반 동안의 조사 경과와 내용 등을 백서로 남기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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