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를 낸 강릉 과학단지 수소탱크 폭발 사고 하루 만인 24일 대전 유성구 KAIST 문지캠퍼스에서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국내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실험을 수행하거나 실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관리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KAIST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38분경 국내 무인선박업체인 씨드로닉스가 입주해 있는 KAIST 문지캠퍼스 본관 행정동 A406호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24분 만에 진화됐지만 사무실 내부 50㎡가 모두 불에 탔고 복도 등 일부는 소화수로 침수됐다.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손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사무실 내부에서 충전 중이었던 무인선박용 배터리가 과열되면서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별터 씨드로닉스 대표는 "실험에 앞서 길이 1.6m급 소형 무인선박을 추진하는 데 쓰이는 상용 배터리를 충전 중이었다"며 "옆방에서 일을 하다 '펑' 하는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 출입문이 열리지 않고 주변에 그을음이 있어 KAIST 본원 안전팀 재난안전상황실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인근 사무실에 있던 다른 회사 직원의 신고로 화재 발생 10분 만인 오전 1시 48분경 소방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으며 오전 2시경 화재 진압이 완료됐다. KAIST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실험시설이 아닌 일반 사무실로 구성된 행정동으로 여러 중소기업들이 산학협력단 참여를 위해 입주해 있는 곳"이라며 "실험과 관련된 행위가 허용되지 않은 구역이고 사고 당일에도 실험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방서 화재 감식반과 경찰은 화재 원인에 대해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업체 측이 관리 부주의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강충연 KAIST 안전팀 담당자는 "해당 업체가 문제가 된 무인선박용 배터리를 이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무실에서 충전해왔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에 정확한 화재 원인은 감식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배터리의 구입 시기나 제원 등은 확인 중"이라며 "이미 여러 차례 문제없이 충전해 사용했던 제품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