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이 인재(人災)로 공식화된 가운데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2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포항지진 인재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29일 매일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포항지진으로 사망한 고(故) 김화수 씨의 유가족과 함께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범시민대책본부를 대표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운영을 추진한 주무부처의 최고책임자인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열발전을 주도했던 넥스지오 대표, 지열발전 대표 등 3명을 살인죄와 상해죄로 형사 고소했다.
범시민대책본부 측은 "28일 포항지진 인재 책임자 형사고발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압도적으로 찬성표가 높게 나왔다"고 이번 형사고발 배경에 대해 밝혔다. 지난 15시간 동안 진행된 온라인 투표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 726명 가운데 98%(712명)이 책임자 형사고발에 찬성했다. 모 대표는 "결론은 예상대로였다"며 "법률전문가 상의를 거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1년간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2017년 11월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지진"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 바로 위에 건설됐고, 지열발전 실증 과정에서 수행된 암반 물 주입이 직접적으로 단층에 자극을 가해 결국 규모 5.4 포항지진까지 이어졌다는 결론이다. 포항지진이 인재라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한편 이번 형사 고발과 별개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정부를 상대로 지열발전에 의한 포항지진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1, 2차 소송에 총 1227명이 참여했으며 현재 3차 소송 참가자 접수를 받고 있다. 29일 포항지진 손배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서울센트럴에 따르면 정부조사연구단 발표 이후 소송 참가자는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우 서울센트럴 대표변호사는 "재산, 건물 등 물적 피해는 가구당으로, 정신적 피해는 1인당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승소할 경우 보상액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항지진은 순수하게 인간활동에 의해 발생한 '유발지진'이 아닌 자연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 '촉발지진'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손해배상 소송이 승소하거나 관련자들이 형사 처벌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조사연구단을 이끈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발생하기 직전 상태로 응력(힘)이 쌓여 있는 상태의 단층에 자극이 가해지면서 촉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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