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복장 규정을 한 차례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청소를 시킨 것은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학습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이런 일이 발생한 대전광역시 소재 고등학교 교장에게 학교 생활 규정 정비와 담당 업무 교사를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학교의 학생은 지난해 4월, 교복 재킷 대신 일반 점퍼를 입어 복장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생활안전지도부장으로부터 벌점 1점을 받았습니다.
또 그 벌로 수업 시간 중 교내를 청소했습니다.
그러자 이 학생의 아버지는 생활안전지도부장의 행동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 학생은 이 일이 있기 전까지 학교 규칙 위반으로 벌점 등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학교 측은 학생의 복장이 불량해 징계가 아닌 훈계·훈육의 차원에서 특별 과제로 1교시 청소를 부과했고, 학생 스스로 수업 시간 중 청소를 선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학교의 학교 생활 규정에는 징계와 함께 훈계·훈육의 방법으로도 교내 봉사활동을 부과할 수 있다고 중복해서 규정했습니다.
특히 훈계·훈육의 경우 상벌제 시스템 운영 계획에 따라 총 벌점 10점 이상을 받은 학생에게만 교내 봉사활동을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벌점을 받은 바 없는 해당 학생에게 봉사활동을 시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학생에게는 수업 중 봉사활동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권위는 "벌점 누계가 1점인 해당 학생에게 훈계·훈육을 이유로 교내 봉사활동을 시킨 것은 정당한 조치가 아니다"며 "복장 규정에 대한 학생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봉사활동(청소)을 시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학교 규칙에 부합하지 않는 봉사활동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징계를 받은 학생과 훈계·훈육을 받은 학생의 과실 정도가 다른데도 같은 방식으로 벌을 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학습권 제한은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학교 생활 규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청소를 시킨 것은 학습권의 과도한 제한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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