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책임진 수장으로서 여러 혐의사실을 단순히 보고 받고 승인한 차원을 넘어 개별 사건에 그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대표적인 혐의 사실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 개입 의혹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재판 진행과 관련해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에 귀띔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해 김앤장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 간 면담결과가 담긴 내부 보고문건을 물증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실만으로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도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한 정황이 있는 핵심 혐의로 꼽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을 비판한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고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문건의 내용 및 실행과 관련해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인사권한 행사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 배당에 개입한 의혹도 받는다.
그는 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 비자금 조성 등 40여개 혐의사실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해 관여한 의혹도 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디지털뉴스국 정소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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