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인터폴(ICPO, 국제형사경찰기구) 수장이 된 57살 김종양 신임 인터폴 총재는 오늘(23일) "치안력이 약한 지역의 치안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취재진에게 "194개 인터폴 회원국 중 경찰력이 우수한 곳도 있고 떨어지는 곳도 있다"면서 "보다 안전한 세상을 위해 협력하려면 각국 경찰력이 비슷해야 제대로 된 협력과 공조를 유도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인터폴 선임 부총재였던 김 총재는 현지 시간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러시아 후보를 제치고 총재로 당선됐습니다.
김 총재는 "범죄는 계속 고도화하고 있고, 범죄 예방이나 범죄자 추적에 첨단화한 시스템을 개발해 전 회원국에 공유하고 공급하는 것도 인터폴의 중요한 일 중 하나"라며 "인터폴 사무총국 상근자들이 첨단화하는 신종범죄에 어떻게 대응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총재는 "세계인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1개국이 해결할 수 없어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며 "좀 더 실질적 의미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계엄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현재 미국 체류 중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 등 한국인의 중요 국외 도피 사건을 들여다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외 도피 사범이나 적색 수배된 한국 범죄자를 국내 송환하는 데는 간접적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김 총재는 "인터폴 총재는 전 세계 경찰기구 대표라 한국 문제만 세심하게 살펴볼 수는 없다"면서도 "인터폴 사무총국은 전 세계 회원국이 국외 도피 사범이나 적색 수배범 소재지 확인 또는 소환요청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한국인이 총재가 됐으니 그런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득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총재는 또 "한국 경찰 경쟁력이 국제적으로는 거의 톱클래스인데 국제무대에서 한국 경찰력을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한국 경찰 출신이 총재가 됐다는 것은 한국의 우수한 치안력을 전 세계에 전파할 좋은 기회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총재는 자신의 당선과 관련해 "외교부를 통해 각 재외공관이 많은 노력을 했고, 각 공관에 나가 있는 경찰 주재관들이 자기 일처럼 뛰어줬다"면서 "총회에 간 대표단 14명도 정말 자기 일처럼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며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을 통해 전달한 축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194개 회원국이 가입한 국제형사경찰기구 수장이 됐다"며 "개인과 가족에게 큰 영광이면서 우리 국민 자부심을 높여줬다. 치안 분야에서 우리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김 총재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막중한 임무가 부여됐다. 각국 경찰 간 협력을 강화해 국제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데 힘써주시기 바란다"며 "인터폴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회원국 간 치안력 격차를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경남 창원 출신인 김 총재는 행정고시 합격 후 1992년 경정으로 경찰에 입문했습니다. 서울 성북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2015년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을 끝으로 제복을 벗었습니다.
경찰 재직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관과 경찰청 핵 안보 기획단장, 경찰청 외사국장 등 국제업무 관련 보직도 두루 거쳤습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인터폴 집행위원을, 경기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부터는 부총재를 맡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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