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유출 혐의로 구속된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53살 A 씨의 쌍둥이 자매가 지난달 중간고사에서 1학기에 비해 크게 떨어진 성적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학기 시험에서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자매가 유출 의혹이 불거진 후 치른 시험에서 등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오늘(7일)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는 지난달 해당 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시험에서 자신들의 1학년 1학기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입학 직후인 1학년 1학기 때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은 전교생 460명 중 59등, 언니는 121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자매의 성적은 1학년 2학기 때부터 급격히 상승해 동생이 전교 2등, 언니가 전교 5등으로 올랐고 올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문·이과 전교 1등을 자매가 모두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숙명여고 학부모 등 학교 안팎에서는 1학년 2학기 때부터 시험 유출이 일어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경찰은 자매가 입학한 이후 재학기간 전체를 대상으로 유출 여부를 수사했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자료들과 함께 자매의 지난달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중요한 정황 증거로 보고 학교로부터 이를 제출받아 분석했습니다. 만약 A 씨의 주장처럼 자매들이 제 실력으로 전교 1등을 했다면 이번 시험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게 상식적이라는 것이 경찰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시험 결과가 처음 입학 했을 당시 수준으로 나오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숙명여고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과목별로 다소 성적이 오른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매의 지난달 중간고사 성적은 1학년 1학기 때 등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오후 A 씨가 전격 구속된 것도 자매의 중간고사 성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영장을 발부하며 "범행의 특성, 피의자와 공범과의 관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및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A 씨 측은 모든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A 씨 측 최영 변호사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와 "(경찰이) 유출 정황 수십 가지라고 주장한 데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며 "객관적으로 (시험지) 복사를 했거나 사진을 찍는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A 씨 측은 자매의 지난달 중간고사 성적이 떨어진 것도 경찰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 등으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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