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7일 새벽 구속됐다.
이는 검찰이 지난 6월 사법부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신병을 확보한 사례다.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허용함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을 겨냥한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임 전 차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심리한 뒤 이날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관 0순위 후보'로도 거명되던 임 전 차장은 법복을 벗은 지 1년여 만에 구속되는 상황을 맞았다.
임 전 차장은 전날 6시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사실은 징계나 탄핵 대상이 되는 사법행정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지 몰라도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형사 처벌할 대상은 아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성립에 다툼이 있으므로 구속영장을 발부해선 안 된다는 그의 논리보다는 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거듭 기각하며 '방탄판사단'이라는 지적을 듣기도 했던 법원이 임 전 차장의 신병을 검찰에 넘기면서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