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던 26일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사람으로부터 두 번이나 버려진 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작은 푸들을 구조했다. 귀여운 용모만 보고 샀던 주인은 푸들을 아파트에서 키우기 어렵다며 시골 친척집에 버렸고 개를 키울 계획조차 없었던 친척들은 다시 인근 강가에 유기했다. 반복되는 외면에도 주인이 그리워 집으로 돌아오길 반복한 푸들은 마당에 묶인 채 관리받지 못해 고통받았고 이웃집 제보로 구조될 수 있었다.
명절이 지날 때마다 버려지는 동물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를 기반으로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를 제공하는 '포인핸드'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가 포함된 최근 일주일(9월 19~26일) 사이 버려진 동물 수는 총 1524마리에 달했다. 올해 설 연휴 일주일 간(2월 10~17일) 유기된 동물 1327마리보다 200마리 가량 늘어난 수치다. 황금 추석 연휴라 불렸던 지난해 9월30일에서 10월7일 사이 버려진 동물 수(1503마리)보다도 올해 유기동물 수가 더 많았다.
명절 때 유기된 동물 중 상당수는 목숨을 잃는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추석 연휴 동안 버려진 동물 중 약 46%는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했다. 올해 설 연휴에 유기된 동물 역시 안락사한 수가 314마리로 전체의 23.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자연사한 동물은 총 274마리로 20.6%에 달했다. 매년 연휴에 발견된 유기 동물 10마리 중 4마리 이상이 죽는 셈이다.
임영기 동물구조 119 대표는 "동물이 귀엽고 예쁘니까 호기심에 샀는데 막상 키워보니 관리가 까다로워 곤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버릴까 고민했던 사람들이 명절을 맞아 마땅히 맡길 곳이 없으면 지방 가는 길에 내다 버리는 듯 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명절마다 유기 동물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동물을 기를 수 없는 사정이 생겼을 때 정부 차원에서 받아주는 '사육 포기 동물 인수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한국에서도 관심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같은 제도가 조속히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흡한 반려동물 등록제도를 보완하거나 잠시나마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 제도를 지자체 차원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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