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시민들을 범법자로 만들 거냐"는 질타를 받던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법안이 결국 개정될 전망이다.
2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 10명은 지난 21일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조항을 수정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동네에서 잠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등 잠깐 이용하거나 공용자전거를 빌려 탈 때는 인명보호 장구를 매번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런데도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법 개정 추진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헬멧 '의무 착용'이 '착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로 수정된다.
단, 어린이를 태우고 운전할 경우엔 헬멧 등 보호장구를 '의무' 착용하도록 했다.
당초 2016년 10월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에는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자전거 동호회 회원, 자전거 단체들은 "다수 시민을 범법자로 만들자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따릉이·타슈 등 공공자전거 확산을 추진하던 지자체들도 난감해졌다. 공공자전거에 이어 헬멧까지 비치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위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헬멧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여의도에 따릉이 헬멧 1500개를 비치해봤지만 조사 결과 실제 이용자는 단 3%에 불과했다. 헬멧 미회수율은 25%에 이르렀다.
시민의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다. 서울시가 이달 초부터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따릉이에도 의무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할까요?"를 설문조사 한 결과 지난 21일 기준 반대율이 89%에 이르렀다.
김미정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장은 "시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아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 확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자전거 안전 캠페인, 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대로 하면 서울의 따릉이 같은 공용자전거를 탈 때도 헬멧을 써야 한다"며 "이때 헬멧은 누가 준비해야 하느냐? 남이 쓰던 헬멧을 어떻게 쓰란 말이냐? 빌려 간 헬멧이 분실되지는 않겠냐? 등등 논란이 많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탁상행정이라고 (법을 집행하는) 저희 행안부까지 욕을 먹지만 국회가 조만간 법을 좀 손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멧 의무화 조항을 없앤 법안이 통과하면 결국 사회적 논란만 낳은 끝에 국회에서 '결자해지'가 이뤄지게 된다.
[디지털뉴스국 문성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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