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과 함께 '워라밸'과 '소확행'을 중시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나'를 위한 소비를 하는 2030세대가 증가하는 추세다. 여가 시간을 오롯이 자신을 위한 재충전 시간으로 활용하려는 직장인들은 기존의 정형화된 취미 활동에서 벗어난 새로운 영역의 취미 활동 공간에 발을 내딛고 있다. 매경닷컴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는 이색 취미 활동을 밀착 취재, '직장인 취미열전' 코너를 통해 생생한 체험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일터와 집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인맥도 좁아지고 사는 게 너무 건조하다고 느껴졌는데 지금은 디제잉이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형민 씨는 우연히 간 파티에서 평범해 보이던 친구가 헤드셋을 끼고 음악 트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음 날 바로 DJ 스튜디오에 등록, 새로운 꿈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클럽·파티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EDM, 전자음악 장비 등 디제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퇴근 뒤 밤에는 디제잉을 한다는 뜻의 '주경야디'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직장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띈다. 단순히 클럽에서 음악을 듣는 것에 멈추지 않고 직접 디제잉을 시도함으로써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쾅쾅 울리는 비트 속으로 날려버린다.
직접 디제잉을 배우기 위해 방문한 서울 강남구의 한 DJ 아카데미. 화려한 조명과 닫힌 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리는 클럽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각 잡힌 셔츠에 빳빳한 정장 바지를 입은 직장인들이 경쾌한 딥하우스 비트에 맞춰 고개를 까닥인다. '더스 DJ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김민수 원장(DJ TRAVICE)은 "최근 직장인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라면서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비용을 지원해 회사 분들과 함께 오시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원데이 클래스(2인 기준 8만 원)부터 정규 클래스(30~50만 원)까지 원하는 커리큘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디제잉을 배우기 전 DJ 장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보다 쉽게 심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 [사진 = 채민석 인턴기자]](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18/09/21/280322200291.jpg)
디제잉을 배우기 전 DJ 장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보다 쉽게 심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 [사진 = 채민석 인턴기자]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디제잉과 관련된 다양한 플래그십 기기에 대한 이론 설명이 있었다. 앞에 놓인 기계들이 소형차 한 대 값이 넘어간다는 김 원장의 말에 화들짝 놀라 궁금해서 만지작대던 손을 얼른 뗐다. 기기 하나에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다 보니 가격대가 상당했다.디제잉을 실행할 수 있는 기본 도구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이후에 탄탄한 심화 내용 학습이 가능하다. 기기를 직접 조작해 디제잉을 할 수 있는 DJ 컨트롤러, CDJ, DVS 등 DJ 장비와 더불어 이들을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DJ 컨트롤러는 DJ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때 프로그램과 연결되는 가장 기본적인 DJ 장비다. 소프트웨어의 도움 없이 작동되지 않는 만큼 기기에 대한 전반적이고 복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DJ 컨트롤러는 DJ 소프트웨어 없이 작동되지 않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18/09/21/228133108001.jpg)
DJ 컨트롤러는 DJ 소프트웨어 없이 작동되지 않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항공 장비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한 기기 설명이 끝난 뒤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박치에게 쥐약인 '비트 매칭(Beat matching)'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트 매칭은 두 곡을 들으면서 빠르기를 맞추는 디제잉의 기본 기법 중 하나다. 두 곡을 믹스할 때 음악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비트 매칭 작업이 필요하다. 한 곡처럼 느껴지도록 A 트랙과 B 트랙의 볼륨, 박자 조절을 자유자재로 구가할 수 있어야 한다.DJ들의 명성은 여기서 갈린다.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믹싱 방법과 매끄러운 비트 매칭 처리가 DJ들의 실력을 결정하는 주 요소다. 단지 이런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 실전 경험을 통해 현장 감각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클럽 공연 시 빠르게 분위기를 선점해 자신이 원하는 흐름으로 관객을 이끌어야 한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분위기에 맞게 플레이리스트를 즉각적으로 바꿀 수 있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3~6개월 체계적인 디제잉 레슨을 통해 프로 DJ로 거듭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사진 = 채민석 인턴기자]](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18/09/21/022805301831.jpg)
3~6개월 체계적인 디제잉 레슨을 통해 프로 DJ로 거듭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사진 = 채민석 인턴기자]
"일단 한 번 들어보면서 감을 익히자"라는 김 원장의 말에 눈과 귀를 열고 음악을 들으려 노력했지만 A 트랙이 언제 끝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한 쪽 귀로 헤드폰 음악을, 반대편 귀로 스피커 음악을 들으며 박자를 찾았으나 끝내 실패했다. 박치는 디제잉을 할 수 없는 거냐며 좌절감에 휩싸인 기자에게 김 원장은 "3~6개월 정도 수업만 들어도 빠르게 디제잉의 기본을 익힐 수 있어 성과를 중시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라며 위로를 건넸다.김 원장은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퇴근 뒤 클럽을 찾던 직장인들이 직접 아마추어 디제이에 도전하는 상황"이라며 "취미로 디제잉을 배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프로 활동을 목표로 수업을 듣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분들을 위해 DJ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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