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뿐만 아니라 후임인 박병대 전 처장도 공관으로 불러 징용소송 문제를 협의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김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014년 하반기 김 전 실장이 박 전 처장과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관계부처 장관들과 비서실장 공관에서 회동한 사실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이는 2013년 12월 김 전 실장과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의 공관 회동에 이은 두번째 공관회동이다. 검찰은 2차 공관회동에서 징용소송을 둘러싼 후속조치가 논의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두 번째 회동 역시 김 전 실장이 소집했고 징용소송을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는 관련자 진술과 기록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차 전 처장을 불러 징용소송의 최종 판결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 판결을 뒤집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된 바 있다. 대법원은 첫 번째 공관 회동 직후인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겼다.
검찰은 구속 수감 중인 조 전 수석과 당시 회동에 배석한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구체적인 회동 내용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소집한 두 차례 회동과 별개로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외교부,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인이 여러 차례 접촉해 재판에 개입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부가 소송에 관한 정부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하고 실제로 2016년 11월 외교부가 의견서를 내는 과정에도 법원행정처가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하면서 헌재 내부정보를 법원행정처에 빼돌린 의혹을 받는 서울중앙지법 최모(46) 부장판사를 22일 오전 10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최 부장판사는 헌재에 파견 나간 2015년 2월부터 3년간 ▲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배상판결 ▲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관련 판결 ▲ 현대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등 대법원 판단에 대해 제기된 사건의 평의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과 관련한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의 비공개 발언까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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