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점심시간에 찾은 서울시 신사동 가로수 길에 위치한 디저트 전문점 '소나(SONA)'에서는 특별한 메뉴판을 받아볼 수 있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 생소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값비싼 파인다이닝 음식점에서나 있을 법한 코스가 적혀있다. 디저트 3코스에 커피까지 4종류를 2만 4000원에 만날 수 있다. 구성도 일반 코스요리와 비슷하다. 전채 디저트를 시작으로 메인 디저트는 7가지 중 한 개를 선택할 수 있다. 바슈랭, 오!초콜릿, 샴페인 슈가볼 등 소나의 대표 메뉴들은 먹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카트에 담겨 받아보게 되는 마무리 디저트인 '쁘띠푸' 중 세 가지를 고르면 1인 코스가 마무리된다. 쁘띠푸는 프랑스어로 작은 오븐이라는 뜻으로, 오븐으로 구운 작은 디저트를 지칭한다.
디저트만으로 코스를 구성한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나는 지난 2013년 '디저트 코스'를 선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에선 아직 낯 선 코스를 과감하게 내놓은 셈이다.
소나의 파티시에인 성현아 오너 세프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일했던 미슐랭3스타의 디저트를 보며 '가격 부담으로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디저트를 맛보는게 어렵구나'는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연령대가 새로운 디저트를 즐길 수 있도록 단가를 조금 낮추고 너무 달지 않게 한국식으로 프랑스 디저트를 재해석해 제철 과일을 사용했다. 오픈 초반에는 이윤을 내지 못했지만 최근 1~2년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요즘 주말에는 대기가 필수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다. 성 셰프는 "메인 음식후에 먹는 후식 개념이 아니라 디저트 자체만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저트 전문점 소나의 디저트들. [사진 = 소나 제공]](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18/08/17/018077718288.jpg)
디저트 전문점 소나의 디저트들. [사진 = 소나 제공]
올해 초 문을 연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의 '10월19일'에서도 '디저트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윤송이·박지현 부부 파티시에가 셰프로 있는 디저트 전문점이다. 부부의 결혼기념일이 가게 이름이 됐다. 요리를 하던 부부는 호주 유학 시절부터 디저트에 관심을 가졌다. 윤 셰프는 "제가 아는 것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플레이팅 음식(그릇에 음식을 담고 장식을 한 것)을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하도록 하려다보니 호불호가 없는 디저트를 선택했죠"라며 10월 19일의 탄생이유를 설명했다.
![10월 19일 외관. [사진 = 10월19일 제공]](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18/08/17/807178171701.jpg)
10월 19일 외관. [사진 = 10월19일 제공]
10월 19일의 코스 구성은 요리를 하던 부부의 안목이 녹아있다. 음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를 사용해 진짜 '코스'같은 느낌을 살렸다. 4코스의 시작에서는 일반 식재료를 사용한 디저트로 음식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에도 상큼한 디저트에서 무거운 디저트 순으로 코스를 구성했다. 윤 셰프는 "음식점과 같이 계절마다 구성이 바뀌고 그 계절에서 가장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려 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음식 플레이팅 역시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게 화려함을 뽐낸다. 웰컴 디저트에 3가지 코스를 더해 4가지 종류 디저트를 2만 2000원에 즐길 수 있다.![10월 19일 메뉴판과 디저트들. [사진 = 10월 19일 제공]](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18/08/17/117180111782.jpg)
10월 19일 메뉴판과 디저트들. [사진 = 10월 19일 제공]
윤 셰프는 "사람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고 가볍게 디저트 코스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한국의 디저트 문화가 더욱 확산하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에 디저트 문화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사회현상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음식보다는 저렴하게 고급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디저트 전문점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천희진 씨(26)는 "밥보다 비싸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눈으로 보기에도 좋고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지친 일상에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만족감이 크다"며 값비싼 디저트를 먹는 것이 아깝지는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