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건설회사가 공사현장에 길고양이가 지나다닐 수 있는 조그만 통로를 만들어 캣맘(길고양이나 유기묘의 사료를 챙겨 주는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이 건설회사는 "공사현장 주변을 감싸는 높은 담장에 갇혀 터전을 잃거나 굶어 죽는 길고양이가 많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이런 배려를 실천하게 됐다"고 밝혔다.
# 지난달 소셜미디어에는 파란색 알약 사진과 함께 "키우던 고양이가 산책 중 이 알약을 먹은 뒤 안구가 돌출됐고 결국 한쪽 눈을 잃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고양이 사료처럼 생긴 이 알약은 알고 보니 쥐약이었던 것. 누리꾼들은 "길고양이들을 죽이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길거리에 사료 모양의 쥐약을 뿌려 놓은 것 같다"고 분노했다.
최근 젊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독립적 성향이 강하고 산책 등의 활동을 의무적으로 하지 않아도 돼 '현대인이 기르기 적합한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캣맘·뷰니멀족(반려동물을 직접 키우지는 않지만 온라인상에서 영상과 게임 등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 등 반려동물을 극진히 생각하며 보살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반면 고양이를 혐오 대상으로 취급하며 학대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 고양이가 불에 그을린 채 거리를 돌아다니다 동물 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 케어 홈페이지]
각종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는 길고양이에게 지속적으로 밥을 주며 보살피는 캣맘들과 유기묘를 위한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후기가 쏟아진다. 바쁜 일상 속 반려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는 경우엔 뷰니멀족을 자처하며 타인의 반려견·반려묘에 애정을 쏟는다. 관심 수준이 가상의 이모와 같다고 해 '랜선 이모'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매일 길고양이들을 위해 참치 캔을 준비한다는 주부 양 모씨(42)는 "갈 곳 없는 고양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건 인도적인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학대는 이유를 막론하고 허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고양이 개체수 증가로 소음 등의 피해나 신체·재산상의 손해를 입은 이들은 캣맘에 분노한다. 이런 혐오감은 동물 학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농림식품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반려견 수가 2012년 440만 마리에서 지난해 662만 마리로 1.5배 늘어나는 동안 반려묘 수는 116만 마리에서 233만 마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려묘 개체수 증가만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도 늘어났다. 경찰청 통계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총 886명이다. 2013년에는 113명, 2016년에는 244명, 지난해에는 6월까지 127명이 검거되는 등 범죄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7월 현재 동물보호단체 케어 홈페이지에는 1200건이 넘는 학대고발 현황이 올라와있다.
실제 지난 2월 경북 김천에서 길고양이를 십자가에 못질해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5월 분당 아파트 단지에서는 고양이 토막사채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길 고양이 17마리를 돌보던 누리꾼이 누군가가 후원해준 사료를 먹고 17마리 모두 사망했다는 의혹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소셜미디어에는 고양이 학대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길고양이 개체수를 합법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는 김 모씨(26)는 "밤마다 고양이가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쫓아내도 모자랄 판에 고양들에게 먹이를 준다면 계속 소음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채민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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