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부터 중·고교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는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담기며,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뀐다. 특히 자유를 뺀 민주주의 표현 사용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법학자들과 전문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22일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새로 마련된 교육과정은 먼저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를 기술하는 용어로 기존의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를 사용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구성요소 중 일부에 해당하는 협소한 의미"라며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 역시 대부분 '민주주의'로 서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1948년의 의미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명확히 했다.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현재의 교과서에서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교육부가 지난달 공개한 검정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서 빠져 논란이 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표현은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검정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과정과 의의를 살펴본다'고 포괄적으로 명시했을 뿐 교육과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해당 표현을 사용해도 검정에서 탈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25 전쟁 서술과 관련해 지난 2월 공청회 공개 안에서 빠져 논란이 됐던 '남침' 표현은 이번에 공개된 안에서 분명히 적시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 법학계와 교육계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한 것이 자칫 국가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반(反)헌법적' 조치라고 우려하고 있다. 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이 전문(前文)과 제4조에 두 차례 등장할 정도로 자유민주주의를 직접 명시하고 있는 만큼 이를 교과서에 싣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의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겠다는 것은 사회주의 혁명세력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냐"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새로 마련된 개정안에 따르면 중학교 역사의 한국사영역은 전근대사, 고교 한국사는 근현대사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는 중·고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과목이 비슷한 통사(通史) 구조의 내용을 중복해서 다루면서 학생들이 흥미를 잃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중학교에서 다루는 한국사영역의 경우 전근대사는 통사, 근현대사는 주제 중심으로 구성한 반면 고교 한국사는 전근대사는 주제 중심, 근현대사는 통사로 구성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학교 역사의 한국사영역과 고교 한국사의 내용 중복을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중학교 역사는 세계사적 맥락에서 한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①' 과목에서 세계사를 먼저 배우고 이어지는 '역사②' 과목에서 한국사를 학습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22일부터 7월 12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를 거쳐 7월말 교육과정 개정안을 최종 확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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