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기소) 측이 향후 서류증거조사가 진행될 공판기일에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무리한 공판 일정이 아니고 재판 중에 휴식시간도 고려하겠다며 거부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2회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1회 공판을 시작으로 다음달 22일까지는 주 2회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변호인단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모두 동의하고 입증 취지를 부인한다"는 인부서를 제출함에 따라 재판부는 우선 열네번의 공판기일동안 서류증거조사(이하 서증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64·사법연수원 14기)는 "건강상태가 의문이라 가능한 불출석한 상태에서 서증조사를 할 수 있는지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회 공판기일부터 피고인(이 전 대통령)이 출석해야 하는데 서증조사를 14기일을 한다면 피고인이 여기(법정)에 나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공판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
재판부는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보이며 "증거조사 불출석이라는 게 불출석 허가를 구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강 변호사는 "14기일 정도 진행될 것 같아서"라고 다시 답을 했고, 재판부는 "사건의 성격을 볼 때 14기일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다시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당수치가 높게 나와 구치소 내 의무실에서 원래 진료 받던 서울대 병원 진료를 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특별대우 받기 싫다며 고집 부리고 있다"고 재판 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주일에 세 번도 아니고 네 번도 아니고 두 번인데 그게 어렵나"라고 물었고, 강 변호사는 "한 시간 정도 재판 진행되면 휴정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도 "되도록 한 시간마다 10분정도씩 휴정하는 것으로 해서 무리하지 않게 진행 하겠다"며 논의를 마무리했다.
재판 종료 후 기자들이 "재판 불출석은 이 전 대통령의 요구인가"라고 묻자, 강 변호사는 "제 생각이고 이 전 대통령은 첫 공판에 나와 모두진술도 할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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