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KT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전현직 국회의원을 20명 안팎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KT측이 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수사 범위나 기간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압수수색 과정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국회의원 수가 늘어났다"며 "보완수사와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필요할 경우 참고인 조사·피의자 조사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T가 국회의원들을 불법 후원했다는 첩보를 받고 지난달 31일 경기도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 지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KT는 홍보 담당 임원들 명의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들여 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KT의 불법 정치자금 전달 시기를 지난 2016년에서 앞뒤로 2~3년까지 넓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관계자는 "KT측에서 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한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받은 사람 쪽에선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자금 수수 여부는 물론 자금 전달 과정에서 법적 절차가 지켜졌는지를 확인해야 하므로 국회의원에 대해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KT의 불법 정치자금 지원 대상은 지난해 황창규 KT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맡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중심이다.
경찰은 또 최근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관련해 일부 사건에 대한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이 청장은 "최근 폭로된 사례를 중심으로 19명에 대한 혐의를 조사 중"이라며 "정식 수사에 착수한 건은 3건이며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건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 대상자는 어느 정도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다.
이 청장은 "공소시효 문제가 있고 친고죄 법령도 개정돼 (사건이)세분화 돼있다"며 "당장 처벌이 어렵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을 들어 사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투 사건이 접수될 경우 경찰서에서는 서장이, 지방경찰청에서는 2부장이 담당하는 체제를 마련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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