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대 세금을 내지 못 했다는 이유로 법무부가 8년 동안 출국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윤경아)는 4억원대 세금을 체납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출국금지 상태에 놓인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출국금지 기간 연장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릴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도 단순히 세금 체납을 이유로 장기간 출국금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외로의 재산 도피 우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세금을 체납한 것만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세 체납으로 출국을 금지하는 것은 체납자가 재산을 해외로 도피해 강제집행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2004년 업황 악화로 회사 문을 닫으면서 2010년까지 총 4억1800만원의 세금을 내지 못했다. 법무부는 2009년 6월 거액의 국세 체납을 이유로 A씨에게 6개월의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5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기한 내에 내지 않으면 6개월 이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이후에도 세금을 내지 못했고 법무부는 6개월씩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그는 출국금지 기간이 연장된 지 올해로 8년째에 들어서자 "운영하던 사업이 어려워져 세금을 내지 못한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무부 측은 재판에서 "원고가 해외 도박 혐의로 과거 두 차례 유죄 선고 받은 전력 등으로 볼 때 출국금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A씨는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 해외 카지노에서 도박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행법상 출국금지 대상자의 범죄사실과 해외도피 가능성 등을 고려하게 돼 있어 출국금지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현재도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할 사정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