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퇴사 이후 뇌종양으로 2012년 숨진 직원에게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2심재판을 다시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故) 이윤정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1997년 5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반도체 조립라인 검사공정에서 일하다가 2003년 7월 퇴직했고, 2010년 5월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이후 공단에 산재를 인정해 달라고 요양급여를 청구했고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2011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선고 결과를 보지 못하고 2015년 5월 투병 도중 숨지면서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산재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사업장에서의 산재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인과관계가 명확한 경우만 산재로 봤던 예전 기준이 크게 완화됐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앞서 1심은 "질병의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퇴직 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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