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대표가 직접 법인 명의 계좌를 만들어 대포통장으로 유통시키던 방법은 옛말, 제3자가 법인 계좌를 대리 개설하는 방법으로 계좌 개설자를 은폐하는 신종 수법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인천지검 금융조세범죄전담부(부장검사 민기호)는 유령법인 수백개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판매한 2개 조직 25명을 적발해 조직 총책 2명 등 9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1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대포통장 유통조직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120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 425개를 만들어 불법 도박 사이트,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대포통장 유통조직은 지난해 3월부터 5개월 동안 89개 유령법인을 만들어 법인 명의로 317개 대포통장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 이번 사건은 법인 설립자와 대포통장 개설자가 다른 신종 수법으로 확인됐다. 유령법인 설립자는 댓가를 받고 단순히 대포통장 모집책에 명의만 빌려줬을 뿐 계좌개설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명의대여자로부터 법인 설립 서류를 넘겨 받은 대포통장 모집책들은 마치 법인 대표가 위임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만든 뒤 제3자를 내세워 법인 명의 계좌를 만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명의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한 한 유령법인 대표를 조사하던 중 제3자에 의해 계좌가 대리 개설된 점을 포착하고 관련 계좌를 역추적해 신종 수법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포통장 모집 조직들이 실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법인 설립자와 계좌 개설자를 분리하는 등 점조직·분업화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들은 대포폰과 조직원을 수시로 교체하며 수사에 대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포통장 모집 조직들은 이렇게 확보한 대포통장을 개당 300만 원을 받고 불법 도박사이트,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검찰은 지난 6월부터 5개월 간 대포통장 집중 단속을 벌여 총 45명을 재판에 넘겼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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