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씨가 난치병을 앓던 딸의 초등학교 시절 학교측이 제안한 특수교육을 끝까지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장애 딸을 앞세워 성금 모금에 열을 올리면서도 딸을 배려한 특수교육에는 학교 측에 도리어 역정을 내며 거부한 이중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또 최근까지 본인의 SNS(사회관계망) 계정을 통해 퇴폐 마사지숍을 홍보하고 부인·딸에게 험한 욕을 쏟아내는 등 외부에 알려진 '천사아빠'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일 매일경제가 찾아간 서울 중랑구 A초교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 학교에 재학하던 이양이 거대백악종 수술로 수술로 정상적 학급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 양을 특수학급으로 배정하려 했지만 이씨의 거부로 이양은 일반 학급에 줄곧 다녔다. 통상 시·청각장애, 지적장애, 발달장애, 지체장애 뿐 아니라 심각한 건강장애가 있는 학생의 경우에도 특수 학급에 편성해 심리상담을 병행한 세심한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만난 이 학교 관계자는 "이양은 특수반이 아닌 일반학급이었다"고 확인해 줬다. 이씨가 특수반을 권유한 학교측에 화를 내며 일반반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 씨도 이 시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학교와 대판 싸웠다'고 표현했다.
보호자인 이씨 고집으로 학교측도 결국 일반 학급에 딸을 배정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이 시기 이씨는 각종 블로그 글과 SNS 글에서 "딸이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거대백약종으로 입과 안면근육이 부풀러 올라 말도 제대로 못한다"며 딸의 안면장애에 대한 동정을 호소했다. 아울러 이씨와 부인 최모씨는 딸의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에 적은 글을 각종 복지단체, 전국의 교회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복사해 나르면서 후원을 요청했다.
후원이 뜸해질 땐 "생활이 어려워 아내와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려 한다"며 이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 이씨의 친형까지 나서 "제발 동생가족을 도와달라"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의 한 일선 특수교육 교사는 "얼굴과 같은 민감한 부위에 큰 수술을 받거나 장애를 앓는 어린이의 경우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교육을 제공받는 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부모가 일부러 특수교육을 거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어금니 아빠 카톡프로필
그러나 이해 못할 이씨의 이런 태도는 최근까지도 이어 졌다. 한달전 자신의 아내이자 딸의 엄마가 투신해 자살하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학교측에선 이씨 딸에게 심리치료를 제안했지만 이씨는 "괜찮다. 바쁘다"며 권유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그간 언론에 알려진 '천사아빠'와 다른 음습한 다른 얼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씨가 이용한 휴대전화 번호를 매일경제가 온라인에서 검색한 결과, 퇴폐마사지 운영진 연락처로 확인됐다. 강남에 위치한 이 마사지숍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씨 사진이 여러 장 등록돼 있다. 이씨가 해당 업소를 직접 운영했는지 단순히 직원으로 일했는 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SNS계정에는 이씨가 "14~20세 함께할 동생 구함··· 개인룸과 샤워실 제공"이라며 마사지숍에서 일할 여직원모집을 암시하는 글도 발견됐다.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소재 이씨 집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난 이씨는 '왜 죽인거냐', '피해학생이나 유족들에게 할 말은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 현장 주민들은 "뭘 잘했다고 얼굴을 가리고 있느냐", "넌 살인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며 성토를 내놨다. '천사아빠'의 두 얼굴에 대한 목격담도 현장서 나왔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40대 A씨는 "평소에 부인과 딸이 억압적으로 눌려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차에서 내려 부인이 한두걸음 앞서 갈려고 하면 뒤에서 욕을 하면서 불러세우고는 앞질러 가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날 조사에서 김 모양 살해 동기에 대해 일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공범인 딸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준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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