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 남짓 지났지만, 또 다시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 연이어 발생했다.
정부의 졸음운전 방지 대책은 빨라야 내년 초 도입될 전망이어서,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버스 운수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지난 2일 오후 8시 15분께 경기도 오산시 경부고속도로 오산나들목 서울방면 도로에서 고속버스 1대와 승용차 4대가 얽힌 5중 추돌사고가 있었다.
해당 사고는 우회전하던 A(63) 씨의 고속버스가 중앙선 연석을 넘어 반대편 차로에 있던 B(32) 씨의 아반떼 승용차 정면을 들이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B 씨 승용차를 뒤따르던 차량 3대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연쇄추돌로 이어지며 대형사고로 번졌다.
이 사고로 버스 기사 A 씨와 승용차 운전자 B 씨,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등 총 5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버스 기사 A 씨가 "잠깐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진술했다.
이날 충청남도 천안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2일 오후 3시 55분께 천안∼논산고속도로 265.6㎞(순천 기점) 지점에서 C(57) 씨가 몰던 고속버스가 앞서 달리던 싼타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사고의 여파로 싼타페 승용차가 앞서가던 승용차 6대를 잇달아 추돌했다. 이로 인해 싼타페 운전자 D(48) 씨와 그의 부인(39)이 숨졌고 C 씨 등 9명이 상처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C 씨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일 발생한 두 건의 사고는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사고와 비슷하다.
지난 7월 9일 오후 2시 40분께 서울시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김모(51) 씨가 몰던 광역버스가 앞에 서행하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다중 추돌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승용차 내 50대 부부가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김 씨는 사고 전날 총 18시간 30분을 일한 뒤, 5시간도 자지 못한 채로 다시 운전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버스 기사들의 과도한 업무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재발방지 대책이 쏟아졌다.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전방충돌경고장치(FCWS) 등 기술적인 부분과 버스 준공영제 도입 등 버스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제도적인 부분 등이 검토됐다. 하지만 정책의 대다수는 일부 버스에만 시범운행 중이거나 예산, 지자체 간 합의 문제로 내년 초에야 적용될 예정이다.
운수업 등을 특례 업종으로 지정해 주 40시간 근로 외 초과 업무를 할 수 있게 한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안건도 발의됐으나 유예기간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원활하지 않아 시행 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지자체가 버스회사의 근무형태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기사의 근로여건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며 "국토교통부가 권고한 '2시간 운행 후 15분 휴식' 원칙만 지켜지더라도 대부분의 졸음운전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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