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공직자가 되기 위한 시험에서는 외모 때문에 서류전형 단계에서 피해를 보는 일이 사라진다. 정부가 응시원서에서부터 사진을 아예 없애버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학벌, 출신지역은 물론 외모나 체중 등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경력공무원 채용부터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9일 인사혁신처는 이달 말부터 공무원 경력채용시험은 학력·가족관계·외모 등 직무능력과 무관한 내용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경력·성과·능력을 위주로만 전형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및 실무수습 업무처리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10일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응시원서와 이력서 양식을 바꾸고 면접 방식을 개선하는 등 후속 조치가 즉시 시행된다.
먼저 응시원서와 응시표에 붙이게 돼 있는 사진부터 없어진다. 현행 응시원서에는 응시번호와 직급, 분야, 성명 등을 기재한 뒤 오른쪽 상단에 사진을 부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개선될 응시원서와 응시표 양식에는 사진부착란을 아예 삭제하고 응시표에 기재하던 주민등록번호도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개선했다. 실제로 서류전형 단계에서 응시원서에 있는 사진을 먼저 보는 것은 선입견을 형성하는데 크게 작용한다는 게 인사처의 설명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어느정도 훈련된 인사 담당자들도 서류에 나오는 경력이나 학위 등을 보기 전에 사진부터 보게 된다”면서 “서류전형 단계에서는 최소한 외모 때문에 선입견이 생기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바뀌는 건 이력서다. 현재까지는 이력서 학력(學歷)란에 응시자가 어느 지역 무슨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대학교를 졸업했는지를 모두 상세히 기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공분야와 학위 취득일, 학위의 종류, 학위번호 등만을 기재하도록 해 어느 대학교를 졸업했는지, 어느지역 출신인지를 알 수 없도록 했다.
간혹 일부 부처에서 요구하던 신체사항 기재도 전면 금지된다. 신체사항에는 주로 신장과 체중, 좌우 양안의 보정시력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금지하도록 했다. 부모 등 가족들의 인적사항 기재도 당연히 금지된다.
대신 직무기술서에는 담당업무는 무엇이고 이 일을 하는데 필요한 역량과 지식, 기술 등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안내한다. 이를 통해 응시자가 자신이 어떤 지식과 기술, 경력을 갖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인사처는 특히 면접의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면접시험이 면접관의 주관이나 개인기에 의존해 돌발성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반성이다. 예를 들어 거주지를 물으며 출퇴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묻는 게 여태까지 면접의 실태였다. 앞으로는 면접 과정에서 해야할 질문과 평가방법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이를 통해 가능한 객관적으로 면접자의 역량이 평가된다. 특히 집단토론이나 개인발표 등을 곁들여 다양한 방식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블라인드 채용은 일부에서 말하는 '깜깜이' 채용이 아니라, 학력, 지역, 외모와 같은 편견요소는 배제하고 직무수행능력을 제대로 따지는 '꼼꼼이' 선발방법"이라며, "블라인드 채용이 정착되면 눈에 보이는 스펙이나 선입견을 넘어 청년들의 진정한 실력을 편견없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