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을 대면한 법정에서 청와대의 문체부 인사 정횡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에 올랐지만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2014년 7월 면직됐다.
13일 유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기소)의 592억원대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의 최씨 딸 정유라 씨(21) 승마훈련비 지원 혐의와 관련해 유 전 장관의 증언을 들었다.
그는 "문체부는 이전에 승마협회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청와대에서) 계속 거론해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2013년 4월 정씨가 출전한 경북 상주 승마대회에서 판정 시비가 불거지자 문체부에 특별감사를 지시했고, 노태강 전 국장(현 문체부 2차관) 등이 최씨 측근의 비위 사실까지 보고하자 징계성 인사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는 노 전 국장에게 개인비리 문제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노태강이란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그렇게 얘기하는 건 말도 안되는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좌천됐던 노 전 국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 내각 인사에서 문체부 2차관으로 임명됐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종이에 무언가 적거나 증언하는 유 전 장관을 굳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특히 유 전 장관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수첩을 보면서) '노 전 국장과 진재수 당시 체육정책과장을 집어 나쁜사람이라더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증언할 때는 두 손을 마주 잡고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긴 듯한 자세를 취했다.
또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사법연수원 24기)와 유 전 장관이 설전을 벌이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 측의 신문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 전 장관이 "질문한 내용에 답이 나온다, 신문사항을 좀 줘보겠느냐"고 말하자 "어디에 있다는 건가, 듣고 얘기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지금 큰소리 치는 거냐"(유 전 장관) "반말하지 말라"(유 변호사)는 감정 섞인 말도 오갔다. 재판부는 유 변호사에게 "변호인이기 전에 법조인이다. 증인을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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