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지역서 가장 가까운 섬인 동거차도. 미역 양식과 멸치잡이로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이곳 어민들 중 하나인 김창훈(49)씨는 이른 아침 바다에 나가 미역을 수확하는 대신 아침부터 양식장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김씨는 "올해 양식한 미역을 전량 폐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부인 조옥순(54)씨는"올해도 또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 버텨야겠죠"라며 "이번에는 정말 양식이 잘됐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세월호가 동거차도 앞 바다에서 침몰했을 당시 이곳 미역 어가 10여 곳은 가장 먼저 사고 현장을 찾아 구조활동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세월호 침몰은 혹독한 시련을 안겼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미역 양식장을 시커멓게 덮어버리며 한 해 수확량 거의 전량을 폐기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한 주간 세월호 인양 작업이 이뤄지면서 또다시 선체에서 유출된 기름이 양식장을 덮쳤다. 동·서거차도 미역양식은 통상 10월 말께 포자를 줄에 감아 양식을 시작해 3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30일 매일경제가 배를 타고 동거차도를 한 바퀴 둘러본 결과 양식장에는 미역이 달려 있는 줄마다 시커먼 기름이 둥둥 떠 있었다. 김씨는 "강한 조류 때문에 바다 위 기름은 다 떠내려갔으나 의도치 않게 미역줄이 '오일펜스'역할을 하며 기름을 흡수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기름 유출로 인한 미역양식장 피해 보상을 해주기 위해 동거차도 미역 양식장을 돌며 바닷물과 미역을 시료로 채취해갔다. 검사결과 미역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기름에 오염돼있다면 손해분에 대해 보험사를 통해 전액 보상을 해주겠다고 어민들과 약속했다. 그러나 김씨는 "3년 전에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3년 전 기름 피해로 정부가 고용한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500만원. 보통 한해 미역을 팔아 올리는 매출이 1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푼돈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것도 약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받았다.
동거차도 어가들과 당시 손해사정사에 따르면 당시 보상 기준은 과거 연평균 미역 매출의 70% 가량을 인건비, 재료비, 연료비 등의 '제외경비'라는 명목으로 뗀 후, 여기서 정부가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활동의 대가로 지급한 1500만원을 또 차감했다. 과거 매출이 수기로 장부에 기록돼있지 않고 컴퓨터 등에 입력돼 있었을 때는 매출로 인정해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지급받은 보상액이 각 어가마다 70만~1900만원 남짓이었다. 김씨는 "세월호 침몰 이후 가계부채가 7000만원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진석 서거차도 어민계장은 "미역줄에 기름이 계속 묻어있었는지 세월호 침몰 이후 2년 동안에도 미역 수확이 잘 안됐다"며 "새 줄로 교체도 해봤지만 줄 자체에 있는 기름 성분 때문에 미역이 잘 나라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30일 김씨를 비롯한 동·서거차도 어민 어민 70여 명은 10여척 어선에 나눠타고 세월호 주변을 돌며 정부의 합리적인 보상을 촉구하는 해상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마저도 바로 제지를 당하며 한 시간 만에 다시 섬으로 돌아와야 했다.
[동거차도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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