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찰팀이 3일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청와대는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불승인 사유서를 제시하고 경내 진입을 전면 거부했다. 이날 압수수색 시도는 특검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지 44일만이며, 지난해 10월 2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어 두번째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에 특검보 등 압수수색 집행팀을 보내 경내 진입을 시도했다. 집행팀은 민원인 안내시설인 연풍문에서 민정수석실·경호실 직원을 만나 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청와대 측은 "기존 관례에 따라 경내 압수수색은 허용할 수 없고 임의제출 형식으로 협조하겠다"며 수사관들 진입을 막고 대치했다. 형사소송법상 군사보호시설인 청와대 압수수색은 해당 기관장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검팀은 이날 영장 집행이 무산됐지만 압수수색을 추가로 재시도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2일 밤 법원으로부터 통상 유효기간인 7일보다 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다음주 중·후반으로 조율 중인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에 앞서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 범죄 혐의와 관련된 물증을 확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영장에는 청와대 경호실, 의무동, 민정수석비서관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실, 부속비서관실 등을 수색 장소로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하고, 해당 혐의를 압수수색영장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앞서 박대통령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61·구속기소)와 공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이 받는 모든 혐의를 영장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 금융위원회 사무실도 대거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삼성의 뇌물 및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수사 등에 관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대상자의 개인 정보나 금융 정보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기현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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