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 산하 차관급 공공기관 이사장인 박 모씨는 본인과 세 아들은 물론 손자까지 3대가 모두 군대를 안갔다. 본인은 질병, 세 아들은 '고령'이 병역면제 사유였다. 아들들은 해외에 장기체류하면서 병역의무 연령을 넘겨버린 것이다. 하나뿐인 손자(29)도 미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3대가 결국 '신의 아들'이 됐다.
심지어 박씨는 특권타파와 평등을 주장해온 참여연대 등 진보단체 출신이다. 그러나 병역의무 만큼은 서민들과 평등해지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은 '뉴라이트'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는 박씨는 지난 2014년 2월 이사장으로 임명될 당시 현정권 '낙하산 논란'까지 일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중 이같은 병역문제를 추척하던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2일 매일경제 기획취재팀이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현정권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만5388명(2016년 6월말 기준)에 대한 병무청의 '병역이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본인이 병역을 면제받은 경우는 9.9%인 2520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병역면제 비율은 최근 5년간 일반인 평균 면제율 0.26% 대비 38배에 달한다. 또 이들 고위공직자 아들 1만7689명 가운데 4.4%인 785명도 병역을 면제 받았다. 면제율이 역시 일반인 대비 17배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박 이사장처럼 3대에 걸쳐 병역을 면제받은 '다이아몬드급 수저' 사례도 확인됐다. 아들을 포함해 2대 이상 군대를 안간 금수저급 고위 공무원만 총 92명이었다. 질병 등 명확한 사유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탈법·편법이 개입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어쨌든 부모 배경이 든든할수록 아들의 병역면제 비율이 높은 것만은 사실이었다.
국회의원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매일경제가 병무청 전산시스템을 통해 20대 국회의원 300명과 그 아들들의 병역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현역의원 아들 248명 중 7.5%인 17명이 질병 등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대를 이은 면제자도 2명 있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본인은 폐결핵, 아들은 간염 탓에 군대를 안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본인은 수형생활, 아들은 척추측만병증으로 면제받정을 받았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병역의무는 신성하다고들 말은 하지만 고위층일수록 빠져나가는 사례가 많다"며 "사회 전반의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기자(팀장) / 서태욱 기자 /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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