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생긴 서울시 위원회 4개 중 1개는 1년 동안 회의가 전혀 없거나 1번에 그치는 등 사실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부실위원회인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박 시장 취임 후 신설된 위원회 49개 중 운영 실적이 부진해 집중관리위원회로 지정된 부실위원회는 전체의 26.5%인 1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권익보호위원회, 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 택시정책위원회, 북한이탈주민지원지역협의회 등이 집중관리위원회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회 이하의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를 집중관리위원회로 매년 초 지정한 후 회의개최실적, 예산집행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위원회 운영은 부실한데도 위원회 수 자체는 박 시장 취임 후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시의 위원회 수는 167개에 이르는데, 이 중 38.3%인 64개가 박 시장 취임 후 새롭게 신설된 위원회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이 시민단체와의 협치를 강조하고 시민 전문가의 시정 참여 활성화를 업적으로 내세우면서 운영회 수는 지난 2011년 박 시장 취임 당시 103개에서 지난해 167개로 늘어났다.
부실위원회가 양산되면서 서울시의 행정 절차가 쓸데없이 복잡해지고, 시의 예산 집행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로 활동하지 않고 있는 운영회를 관리하는 데도 별도의 인력과 에산이 투입되고, 매년 예산 책정을 할 때도 운영회 몫의 예산을 별도로 떼어놓다 불용처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실위원회 양산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부실위원회 정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는 2011년부터 부실위원회 정리를 위한 조례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위원회 수는 꾸준히 늘어나 왔다. 현재 시 위원회 중 절반은 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정해져 있어 해체가 불가능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시 조례에 근거해 만들었기 때문에 정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의 각 부서들이 위원회 정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으며 방치하고 있고, 위원회 해산에도 시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위원회 정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은 "서울시가 '위원회 만능주의'를 지양하고 위원회 운영성과가 아니라 구성사실 자체만으로 치적을 홍보하는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기능이 유사·중복되는 위원회는 통·폐합하고, 존속 필요성은 있으나 운영실적이 저조한 위원회는 비상설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실위원회 양산에 대해 서울시는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위원회 양산이 서울시만의 잘못으로 이뤄진 건 아니고, 이에 따른 예산 낭비도 크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시 관계자는 "의회에서 법이 만들어지면서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그 운영은 서울시 등 지자체에 넘기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시 운영회 중 절반이 법령에 근거하고 있는 가운데 시의 노력만으로 부실위원회를 정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실위원회에 배당된 예산이 매년 불용처리되는 일이 반복면서 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에 배정된 예산은 전체 예산 중 극히 일부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위원회가 실제로 회의를 열지 않으면 전혀 비용이 지급되지 않고, 회의가 개최될 때도 회의 참가비·심사비 등이 위원회 1인당 1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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