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는 현행법상 반드시 개헌을 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채우지 않을 방법이 있다고 보고 있다.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을 접한 헌법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직을 내려놓기 위해 법적으로 개헌이 꼭 필요하지 않다. 사실상의 임기 단축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대통령 스스로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하야’와 국회가 밀어내는 ‘탄핵’ 외 뾰족한 제3의 법적 수단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포함해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는데, 현행법상 개헌 없이 임기 단축 하려면 대통령 본인이 사임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아니면 국회가 지금 하던대로 탄핵을 계속 추진하는 방법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면 형사상 소추가 가능해져 구속 기소될 염려가 있으니 그 시기와 방식을 국회에 넘겼을 뿐이지, 결국 물러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신평 경북대 교수도 “대통령 임기 단축과 정부 형태와 관련된 개헌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이 둘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 없이도 임기 채우지 않을 수 있다. 국회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지체될 수 있겠지만 일정, 방식에 합의할 경우 대통령 본인이 하야하면 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하든 대통령이 하야를 택하든 전혀 차이가 없다. 두 경우 모두 헌법 제68조 2항이 규정하는 대통령의 ‘궐위(闕位·자리가 비는 상태)’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헌법에서 말하는 대통령 ‘궐위’는 하야든 탄핵이든 모든 사유에 의한 공석을 다 포괄한다”고 밝혔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도 “하야는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지만, 궐위에 포함된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어느 쪽이든 행정부 수반의 공석이 생기는 즉시 2달 안에 ‘조기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현행 헌법 제68조는 ‘대통령이 궐위가 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후임자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헌법 제71조에 따라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총리까지 공석이면 정부조직법에 따라 대통령이 지명하는 국무위원이 대신하고, 지명도 없을 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의 순서로 직을 맡는다. 권한대행자는 ‘지체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면 된다. 현역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자가 출마를 원한다면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게 선관위 해석이다. 다시말해 대통령의 궐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안에 마음을 굳히고 사퇴 후 후보자 등록을 해야 선거에 도전할 수 있는 셈이다.
선거법 제53조는 지자체장이 선거일 90일 전까지 물러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선관위는 같은법 제35조에 따라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는 보궐선거로 보고 30일 전까지만 하면 된다’고 해석한다. 이렇게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전임자의 잔여임기가 아니라 5년간 집권하게 된다. 물론 그전에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차기 대통령 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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