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들이 청와대를 완전 포위했다.
12일 오후 5시18분쯤 서울광장에서 본 총궐기 본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청와대 인근으로 행진을 진행했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오후 7시30분 현재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 26만명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만 1만 6000여명이 운집해 있고, 광화문 광장 인근 세종대로와 세종로타리는 집회에 참여한 7만 6000명으로 전 차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서울 광장에도 공공운수 노조 등 노동단체와 시민들로 3만 5000명이 가득 들어차 빈 자리를 찾기 힘든 상태다.
서울 광화문·시청앞 광장을 포함해 을지로와 소공로에도 각각 1만 5000명과 7000여명이 운집해 도심 주변 일대 역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외치는 ‘분노의 함성’으로 가득 차 있다. 집회운집 인원들은 서울역에서 부터 경북궁 역까지 꽉 들어찼다.
시위대는 법원이 이날 행진을 허용한 경복궁역 로타리 앞까지 전진했고 이들의 함성이 쩌렁쩌렁 울려 청와대까지 들릴 정도다.
행진이 시작되면서 광화문 일대는 ‘아수라’판이 벌어지고 있다. 곳곳에 행진행렬들로 병목현상이 일어나면서 사회관계망(SNS) 등에선 “이러다 압사당하는 거 아니냐”며 공포를 호소하는 글들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청 인근 행진 행렬들 일부는 행진을 포기하고 그냥 집회행사를 관람하는 인원들도 상당수다.
운집인원으로 이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2008년 촛불집회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경찰 추산으로 8만명, 주최측 추산으로는 70만명이 모였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경찰 추산과 집회측 추산 모두 기록을 갱신해 건국이래 사상최대 촛불집회가 된 셈이다.
오후 4시부터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면서 서울광장 주변인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 대학로 등에는 노동단체를 포함해, 중학생과 고등학생, 여성단체 등 각계 단체와 시민들이 도심으로 집결했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범야권 인사들도 거리로 나왔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 차기 대권 주자들도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안 전 대표는 서울 광화문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행사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 행사를 진행했다.
애초 경찰은 교통불편 등을 이유로 광화문 세종대왕상, 세종문화회관 인근까지만 허용하기로 했으나 주최 측이 청와대로 진입하는 입구까지 행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가처분 신청)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여 경복궁역 인근인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했다.
그동안 청와대에서 가까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청와대에서 200m 거리)에서 소규모 시위는 있었으나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에서 500m 거리에 있는 내자동 로터리까지 진출해 집회를 벌이는 것은 사상 최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일부 과격 시위대가 청와대로 월담할 가능성이 있다” 소문까지 돌면서 주변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전국 272개 중대 약 2만5000명을 집회 현장에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 경비 담당 인력을 포함해 지방청·경찰서별로 예비편성한 인원, 휴무인원까지 전부 동원했다.
경찰은 혹여 집회 행진 인원이 행진 금지 구역인 광화문 북쪽을 침범할 것을 대비해 경찰버스로 차벽을 튼튼히 쌓았다. 현장 집회 주최측과 네티즌들은 이를 ‘순실 산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과거 광우병 집회때 세종로에 쌓았던 컨테이너장벽인 ‘명박산성’을 비유한 말이다.
광화문 서쪽 경복궁역 사거리에서부터 안국역 방향 풍문여고까지 경찰버스가 빼곡히 주차됐다. 거의 1km가 넘는 거리다. 그러나 이날 오후 6시께 민중연합당 등 일부 시위대가 경복궁 경계선을 넘어 청와대 200m거리에 있는 신교동 까지 진출해 한때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2차 차벽에 막혀 한때 경찰과 실강이를 벌이다 다시 경복궁 네거리로 철수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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