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가 제2창학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남양주 캠퍼스 건립이 무산되자 대학 지배구조의 정점인 이사회를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과 총학생회측은 서강대의 설립 주체인 예수회 신부들이 이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며 개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19일 로마 예수회 총원장에게 보낸 탄원서를 동문들에게도 공개하며 이사회(12명)의 절반(6명)을 차지하는 예수회 한국관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총장은 탄원서에서 “오늘의 서강대는 정제천 예수회 한국관구장의 부당한 간섭과 예수회가 지배하는 이사회의 파행적인 학교운영으로 개교 이후 최대의 혼란과 위기에 빠졌다”며 “로마 예수회가 적절한 분을 한국에 보내 정제천 관구장의 독단적 리더십을 직접 조사하는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 관구장이 남양주 프로젝트를 추진을 중단한 것이 내부 검토와 합의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예수회는 변화와 개혁을 반대하고 있으며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에 열린 4차 이사회에서 임기중 사활을 걸고 추진한 남양주 캠퍼스 설립이 예수회의 반대로 무산되자 예수회 중심의 현 대학 지배구조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시 예수회 신부들은 남양주시 등 추가 지원 문서화가 필요하고 정원 이동에 대한 합의 도출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학생들도 현재의 대학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총학생회측은 지난 12일 이사회와의 간담회를 연데 이어 추가로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상응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임시 전체 학생총회를 19일 오후6시에 소집키로 했다. 장희웅 서강대 총학생회장(22·컴퓨터공학과)은 “이상적인 이사진 구성은 예수회 신부 4명, 교육행정 전문가 4명, 법인운영 전문가 4명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6명인 예수회 신부 비율을 4명으로 줄이는 것이 우리의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총학생회측은 법정 전입금을 완납하고 남양주 캠퍼스 설립과 관련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사회측은 학생들에게 오는 26일과 27일 각각 이사회와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힌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매일경제는 예수회 신부인 정강엽 상임이사 등 이사회와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봉진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