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8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에 대해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일본에 체류 중인 신 총괄회장 셋째 부인 서미경 씨(57)를 강제 추방하기 위한 절차에도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이날 오후 신 총괄회장이 머무르고 있는 호텔롯데 34층 집무실 찾아 탈세와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이고, 최근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직후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장시간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이날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과 서씨, 서씨의 딸 신유미 씨(33) 등 가족 3명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차명 주식을 불법 이전하면서 6000억원대 탈세에 관여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를 받고 있다. 780억원대 일감 몰아주기로 롯데쇼핑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있다.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가 소유한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유원실업 등이 롯데쇼핑 산하 롯데시네마의 매점 사업을 사실상 독점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총괄회장 측 SDJ코퍼레이션은 전날 검찰이 확인한 바와 같이 “신 총괄회장이 ‘주식 증여는 시효가 지난 문제고, 증여세는 주식을 받은 사람이 내는 것이다. 나는 절세를 지시한 것이지 탈세를 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 만약 그런 일(탈세)이 있다면 (세금) 납부하겠다’고 부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7일부터 서씨의 강제 입국 조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서씨 여권을 무효화하기 위해 법무부와 외교부 통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대한민국의 기업이고, 대한민국에서 영업을 하려면 대주주 일가가 한국법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조사로는 준법의식이 결여돼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롯데그룹 일가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등 형사사건에 계류되면 일본으로 출국해서 안들어온 사례가 많았다. 이번에는 호락호락하게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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