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1·여) 씨는 건강검진을 앞두고 위내시경을 일반 검진으로 할지 수면 검진으로 할지 고민입니다.
눈 질끈 감고 일반 검진을 하자니 관을 넣고 빼기를 반복할 때 고통이 두렵고, 수면 검진은 혹시 잠이 든 사이 누군가 자신을 성추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주변에서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수면내시경을 권하기도 하지만 김 씨는 1년에 한 번뿐인 검진인 만큼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병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수면내시경을 안심하고 받아도 되는지 묻는 글이 많은 데다 수면내시경이 몸은 편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 두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본격적인 직장인 건강검진 시즌이 왔지만 이처럼 혹시나 내시경 성추행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수면내시경은 수면제 또는 마취제를 주사해 졸린 상태나 얕은 잠에 취한 상태에서 합니다. 보통 검사가 끝나면 검사 상황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보호자 동반 여부나 여성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 서울의 유명 건강검진센터에서 수면내시경 검진 중 환자를 성추행한 의사 양모(58) 씨가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서울 강남 한 의료재단의 병원 내시경센터장이었던 양 씨는 2013년 10월∼11월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수면유도제를 투여받고 잠든 여성 환자 3명의 특정 신체 부위에 손을 댔습니다.
의료인 직업윤리를 잊은 명백한 범죄였음에도 양 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준유사강간 혐의로 구속기소 된 그는 재판에서 뒤늦게 죄를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그를 엄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 병원 등 의료 관계자들은 "건강검진은 의사와 간호사 등 2∼3명이 함께 있어 구조적으로 성추행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의사 외에 간호사 1명 이상이 동석해 검진하는 만큼 의사와 환자만 단둘이 있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회복실도 주로 다인실을 사용해 성추행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병원은 여성들을 위한 검사항목에서는 여성 환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여성의료진을 배치하기도 합니다.
본래 수면내시경은 보호자 입회가 원칙이지만 일일이 보호자까지 데리고 가기 어려워 사정에 따라 보호자 없이 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여기에 환자 사생활 노출 등을 이유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아 100% 범죄를 예방하기 어렵고, 뚜렷한 대응책도 없다고 여성 관련 단체는 지적합니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31일 "작은 병원일수록 시설이 충분치 않아 수면내시경 후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지만 큰 병원에 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며 "대안을 내놓기 참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여성들이 범죄에 더 두려움을 느끼는 만큼 내시경과 초음파 검사 등 민감한 의료 전에는 반드시 여성 간호사가 설명해주고, 의료 시에도 보조해 환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해도 의심과 추행 논란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원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몸에 약물을 주입하면 심신 미약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건강검진 장소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성추행 사건 발생 병원이나 의사 정보 공개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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