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미국 스탠퍼드대) VS 7%(서울대)’
미국 스탠퍼드대 공과대학 학부생 1516명(2016년 기준) 중 컴퓨터과학 전공자는 661명으로 공대 학생의 44%에 달한다. 이에 비해 서울대는 공대 정원 781명중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55명으로 7%에 불과하다.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간 세기의 대국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서울대는 스탠포드대에 비해 컴퓨터공학 분야 인재 양성에 있어서 턱없이 뒤처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재 양성의 질적 수준을 논하기에 앞서 양적으로도 크게 부족하다.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경쟁의 진입 단계부터 현저한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서울대에 따르면 공과대학내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1999년 90명에서 현재 55명으로 반토막나있다. 컴퓨터 과학 인재 양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행히 컴퓨터공학 복수전공 신청자 수는 2013년 18명에서 2014명 33명, 2015년 107명으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학부 정원의 최대 100%(55명)로 제한되는 학내 규정에 따라 수강생이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결국 107명의 신청자 가운데 52명은 복수전공을 포기해야 했다. 경직된 학부 정원 규제와 부족한 강사진·교육컨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컴퓨터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원이 적다보니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수 밖에 없고, 개설된 강좌나 강의인력·공간 등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져 전반적인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대 공대 내부에서도 “기업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우수 인재를 원하지만 정작 배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현실과 역주행하고 있다”는 자조와 비판이 나온다. 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장은 “AI시대에는 모든 영역에 컴퓨터가 침투하기 때문에 컴퓨터 공학에 대한 이해도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세계적 흐름”라며 “적어도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이 들을 수 있도록 자원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위기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해 발간한 공대백서를 통해서도 “서울대 공과대학의 경우 거의 모든 공학전공의 분포가 학사, 석사, 박사과정이 비슷하다. 하지만 스탠퍼드 공대는 학사와 석사과정 컴퓨터 전공이 매우 많다”고 진단한 바 있다. 경직된 학·석·박사의 전공별 분포를 벗어나 ‘시장 지향적’인 전공별 학생 조정이 이뤄져야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탁월한 연구성과와 우수 인재를 담보할 수 있다는 호소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도 “세계적인 대학과 비교해 강의시간이 많고 연구 압박이 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유익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 시간과 여력이 부족하다”고 현실의 한계를 토로했다.
[황순민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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