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서 채 한 달이 안 되는 사이 잇따라 발생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과 ‘여중생 딸 시신 방치 사건’.
두 사건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때려 숨지게 한 뒤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려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하거나 방치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또 피해 자녀가 수개월에서 수년간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교육 당국과 담당 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탓에 비극을 예방하거나 막지 못했다는 점도 일치한다.
◆“친부모 맞나?” 자녀 상대로 한 엽기 범행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A(34)씨는 2012년 11월 7일께 술에 취한 상태에서 2시간 동안 아들 B(사망 당시 7세)군의 얼굴 등을 수차례 때리거나 머리를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뒤늦게 아들이 숨진 것을 알아챈 A씨 부부는 범행을 숨기려고 집 부엌에 있던 흉기로 시신을 심하게 훼손하고 일부를 인근 공용 화장실에 버렸다. 시신을 훼손하기 전에는 치킨을 주문해 먹기까지 했다.
이들은 나머지 시신을 냉장고 냉동실에 3년 2개월간 보관했다. 이사할 때도 아들 시신이 든 냉장고를 그대로 옮기는 엽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여중생 딸 시신 방치 사건’ 피의자인 목사 부부도 가출했다 돌아온 딸 C(14)양을 5시간 동안 빗자루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이어 시신을 11개월가량 방에 그대로 뒀다.
범행이 들통날까봐 방에 방향제와 습기 제거제를 이용해 시신의 악취를 제거하고 건조한 환경을 조성해 C양의 시신을 ‘미라상태’로 만들었다.
◆ 무관심한 교육·행정당국이 아동학대 ‘방조’
두 사건은 부모학대에 노출된 아동들에 대한 교육 당국과 담당 기관의 ‘무덤덤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2012년 3월께 초등학교에 입학한 B군은 두달만에 무단으로 결석을 시작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해당 초등학교는 B군의 담당 주민센터에 거주확인을 요청했지만 주민센터는 이를 묵살했다.
이후 B군은 90일 넘게 장기결석하며 ‘정원외관리대장’에 등록, 사실상 교육 당국과 담당 관청의 관리에서 제외됐다. 그사이 B군은 부모의 폭행으로 생을 마감했다.
B군은 ‘인천 11살 소녀 학대사건’을 계기로 시행된 교육부의 장기결석 전수조사를 통해 숨진 지 3년여만에 발견됐다.
미라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여중생 C양은 계모와 살기 시작한 2010년부터 가족들과 갈등을 겪었다. 2012년부터는 계모와 갈등이 깊어져 계모 여동생 집에서 살았다.
C양은 지난해 3월부터 결석, 3개월이 지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서 ‘정원외’로 분류된 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C양은 5시간 동안 이어진 부모의 폭행으로 숨을 거둔 뒤 11개월 가량이 지난 3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학교측은 C양이 결석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목사 아버지 D(47)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출석을 독려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결석 7일이 지나면 결석생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중학교는 교육장에게 각각 통보하도록 하는 관련법 시행령도 준수되지 않았다.
◆사회적 지위와 무관한 자녀학대 가해자
두 사건의 피의자인 부모들은 사회적 지위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자녀 학대와 은폐 등의 범행 과정은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A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일용직 근로를 하며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살며 자녀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한 점도 확인됐다.
반면 ‘여중생 딸 시신 방치 사건’의 피의자인 목사 D씨는 독일 유학파 출신의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D씨는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고대 그리스 언어인 기초헬라어를 가르쳤다. 또 부천의 한 교회에서 담임 목사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D씨는 대비되는 사회적 위치에 있었지만 교류가 거의 없는 동네에서 직업 등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얼굴없는 이웃’으로 살았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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