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두달치 편성안을 부결해 일시적 봉합국면에 들어갔던 누리과정 보육대란이 암초를 맞고 있다. 경기도의회도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은 남경필 경기지사가 전날 31개 시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을 준예산체제에서 긴급지원하겠다고 밝히자 법적·정치적 대응을 시사하는 것은 물론 도와의 연정(聯政) 파기도 검토하고 나서는 등 뇌관이 잠복해 있다.
26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유치원 누리과정은 서울을 제외한 16곳에서 지원을 확정했다. 이날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민주당이 의원총회에 상정한 2개월분 긴급편성안이 통과됐더라면 17개 시도 모두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편성 계획을 마무리 짓는 날이 될 수도 있었지만 서울시의회 더민주당은 파국으로 몰고 갔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2개월분 긴급편성 기자회견을 취소하게 됐다”면서 “다음달 2일 다시 의총을 소집해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대전·울산·경북·충남·세종 등 6곳은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편성했고, 부산·충북·인천·전남·경남·제주 등 6곳은 유치원·어린이집 일부 편성,전북·서울 등 2곳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미편성했다. 서울은 유치원·어린이집 예산을 전액 미편성한 유일한 곳이 됐다.
전반적으로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보육대란이 봉합될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누리과정 예산 부담 주체를 정하는 문제는 가장 큰 화약고로 볼 수 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법 개정 지시에 이어 26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누리과정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에서는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충돌한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교육청이 아닌 지자체가 보육 대란을 막겠다며 관련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정부와 지방의회, 교육청의 합의 없이는 한시적 지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남경필 경기지사가 전날 31개 시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을 준예산체제에서 긴급지원하자 법적·정치적 대응을 시사하는 것은 물론 도와의 연정파기도 검토하고 있다. 20대 총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안성욱 변호사(성남중원)는 누리과정 비용을 준예산에서 편성해 집행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며 남 지사를 특경법상 배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안 예비후보는 “정부가 부담할 누리과정 예산을 도가 편성해 도 예산에 손해를 입히고 중앙 정부가 이득을 보게 한 것은 배임 행위”라며 “지자체장이 어린이집에 기부행위를 약속하고 지시한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차 추경때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로 반영하겠다고 밝힌 교육청도 지역마다 유치원·어린이집 지원 계획이 달라 학부모 설득이 관건인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누리과정에 국고를 추가로 투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교육청 설득 등 수단을 동원해 누리과정 대란을 조기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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