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산부인과 의료사고 논란 ‘일파만파’···분만실 의사는 어디 있었나

해마다 산부인과 의료사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양수가 터진 산모를 방치한 사례가 발생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궁금한이야기 Y’에서는 지난해 초 강남의 한 산부인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논란을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해 1월 출산예정일보다 이틀 앞서 양수가 터져 병원을 방문, 곧바로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담당의사 B씨의 즉각적인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수 시간이 경과한 뒤 뱃속에서 나온 태아는 세상을 향한 울음을 내뱉지 못했고,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의료분쟁조정 중재원에서는 B씨가 제출한 간호기록지와 B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분만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간호기록지가 조작된 정황과 B씨가 개인적인 용무를 보느라 분만 시간이 지연된 점, 간호사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의료사고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B씨를 의료법 위반 등으로 민·형사 고소했다.

A씨는 18일 매경닷컴에 “B씨는 지난해 6월 중재원에서 만난 것 외에 우리에게 연락을 해온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본인 잘못이라거나 미안하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 고소인, 피고소인 조사가 완료된 상태로 지난달 중순께 대한의사협회에 감정이 들어갔다. 감정 결과가 나오면 수사가 재개된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피고소인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A씨의 아기 깜놀이(태명)가 짧은 기간이나마 세상 빛을 본 날이다. A씨는 “지금도 깜놀이 사진만 보면 눈물이 흐르고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궁금한이야기 Y’ 방송 이후 네티즌들이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깜놀이가 없는 생일이라 가슴 아프지만 깜놀이를 위해 다시 힘을 내려 한다. 깜놀이가 엄마 힘내라고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꼭 깜놀이를 위해 그 의사에게 벌을 주겠다”고 전했다.
A씨는 가칭 ‘신해철법’(피해자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사건을 신청하면 의사의 동의없이 무조건 사건이 개시되게 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될 위기에 놓인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현행 법에 따르면 의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건 자체가 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가 조작한 의무기록을 제출하면 중재원은 그 조작한 모범답안을 바탕으로 감정을 한다. 그러면 당연히 깜놀이 같은 사고 원인은 다 미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며 “고작 의사의 동의 없이 사건이 시작되는 법안 통과도 이렇게 힘든데 정말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질 법안이 가능할 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A씨의 사연이 전파를 타자 누리꾼들은 ‘궁금한이야기 Y’ 시청자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 등에 “믿을 수 없는 일” “간호기록지 조작이라니 파렴치하다” “의사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등의 의견을 내놓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현재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매경닷컴은 이날 B씨가 재직 중인 병원에도 해당 사건에 대해 문의했으나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디지털뉴스국 박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