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통합진보당 인사 수십여 명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모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재연(36), 이상규(51), 오병윤(59), 김미희(50), 김선동(59) 등 옛 통진당 국회의원과 이정희 전 대표(47) 등도 사건에 연루됐으나 실무자들과의 지시·공모 관계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신)는 8일 절차를 어겨 후원금을 모금하고, 관련 서류를 위·변조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박 모씨(31·여) 등 2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통진당 중앙당과 시도당, 소속 국회의원후원회 등을 동원해 당원이 아닌 일반인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으고, 국회의원들은 이를 중앙당에 ‘특별 당비’ 형식으로 전달해 5억5100만원을 기부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 등은 국회의원 후원회 회계 책임자가 아닌데도 후원금을 정산하고,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하지 않고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 모씨(42)는 김미희 전 의원 앞으로 들어온 후원금을 오 전 의원 명의로 임의 변경한 혐의(사문서변조 등)도 있다.
정치자금법 16·36조는 국회의원후원회나 후원회의 위임을 받은 자만이 영수증과 교환하는 방법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도 후원회나 후원회가 있는 국회의원의 회계 책임자만이 할 수 있게 정한다.
검찰은 옛 통진당 의원 5명과 당 고위 간부들도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참작해 사법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정당에 직접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6조 등에 대해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진당 전 의원들이나 당대표, 최고위원 등이 후원금 모금 사업 전반을 기획하고 독려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후원금 모금 세부 절차에서 법규정을 위반하라고 지시했거나 법 위반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용인했다는 등의 객관적 증거가 불충분했다”며 처벌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통진당은 △2012년 19대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 △이듬해 이석기 전 의원(54)의 내란선동 사건 △헌재 위헌정당 해산 심판 사건 등이 이어지며 당비 수입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자들에 대한 급여 등도 지급이 중단되자 이 같은 불법 정치자금 모금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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