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는 왕도(王道)가 없다고 한다.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라는 속칭 ‘꿀팁’에도 ‘과연 이게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법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엄마가 주위 반응에 휘둘려 중심을 잡지 못하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가기 마련. 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이 키우는 엄마의 마음 속 기저에 깔려있는 마음은 바로 ‘사랑’이다.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엄마가 된 스타들이 전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육아 이야기, 별주부전의 첫 주자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가수 박기영(38)이다.
최근 2~3년 사이 전통 방식의 육아 붐과 동시에 ‘애착육아’가 각광받는 시대, 박기영을 이 애착육아의 선봉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는 생후 1년 가량 애착육아에 관심을 가졌다가도 돌이 지나기 시작하면 사회성, 독립심을 강조하는 엄마들이 태반인 대한민국에서 놀라울 정도로 꾸준히 애착육아를 실천 중인 엄마다.
때로는 ‘극성’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아이 먹는 것과 안전 문제에서만큼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칠 게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먹는 것도 결국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잖아요. 위험, 안전에 대한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그의 딸 가현은 이제 갓 세 돌을 지났다. 피는 못 속인다 했던가. 엄마의 끼와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 정확한 음정으로 완벽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니 엄지가 절로 세워진다. 모든 엄마가 그러하듯 박기영 역시 “점점 예쁜 행동을 아주 많이 한다”며 ‘딸바보’다운 눈을 반짝였다.
엄마가 된다는 건 그야말로 “삶의 전복”이었다. 기초화장조차 사치로 느껴질 정도의 전쟁 같은 일상. 휴대전화 사진 속,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에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그는 연예인 맞나 싶을 정도로 친근한 모습이다. “어디서든 아기띠를 한 채로 수유를 하던” 생후 1년에 비하면 지금은 한결 여유로워 보이지만, 아이가 찾아온 뒤의 생활은 이전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전혀 다른 삶이다.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라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박기영의 말처럼, 누군가의 손길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연약한 존재는, 영특하게도 엄마와 조금씩 합을 맞춰가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변해가고 있다. 그런 지금의 가현이 있기까지 가수로서의 경력 단절을 감수한 이른바 ‘경단녀’ 박기영의 희생-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이 존재했다.
만 3년에 걸친 육아 과정에 대해 묻자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힘들죠”라고 답했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까칠한 딸 덕분에 엄마인 그 역시 밤잠 설치기 일쑤였단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박기영은 그 힘듦을 자처했다. 무엇보다 아이가 울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에게 가장 믿음직한 존재여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울게 내버려두기도 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과 배치되는 소신이지만 이는 그만의 뚜렷한 육아관에 기인한다
작은 체구의 그는 가현이 두 돌 넘어서도 아기띠를 내려놓지 않았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아이가 스스로 걷고 싶어 하는 일이 많아지고, 걷기 귀찮아질 때 쯤 징징거리면 유모차에 태워 모시고(?) 다니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그의 아기띠 사랑은 특별해보였다.
“하고 싶다는 것은 다 해보게끔 내버려둔다”는 게 그의 육아 신조다. 심지어 그는 여전히 수유부다. 지난 여름까지 수유를 하다 이젠 밤중수유로 한 단계 수위를 낮췄단다. 기자도 밤중수유를 떼야 하나 고민이라 했더니, 자연스럽게 “계속 하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엄마 쭈쭈를 찾고 좋아하는데 갑자기 그리고 억지로 떼려 하면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지나치게 빠른 사회생활과 강요가, 말 못하는 아이에게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를 가까이서 직접 목격했다는 그는 언제 어디서든 딸이 마음껏 에너지를 분출시킬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때가 되면 알아서 공공예절 등 삶의 규칙을 익혀간다는 믿음을, 아이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통해 체감하고 있다. 점차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일정 정도 ‘훈육’이 필요한 시기가 왔지만 박기영은 딸을 혼낼 때도 결코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안돼!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이름은 긍정적인 표현을 할 때만 불러주는 거죠. 혼낼 때도, 처음부터 일련의 과정을 엄마가 직접 본 게 아니라면 결코 혼내면 안 되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계속 예의주시하는 게 중요하죠. 일단 진정시킨 후 아이에게 왜 그랬냐 물어보고, ‘우리 OO가 그래서 속상했구나’ 하는 공감이 필요하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 뒤에 직접 사과하게끔 이끌어가는 게 중요해요.”
꽤 많은 육아서적을 독파했다는 박기영의 교육철학은 무엇보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따뜻한 지지 속에 가현이는 어느덧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엄마손 탈 일 투성이지만 박기영 역시 조금씩 아이의 세계를 인정하고, 응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사회의 수많은 엄마들에게 의미심장한 당부를 남겼다.
“육아는 마라톤이에요 절대 지치거나, 초반에 힘을 많이 빼면 안 되요.그리고 엄마가 꼭 기억해야 하는 두 가지는, 바로 일과 사랑이이에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걸 기억하세요.”
[매경닷컴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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