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직장인 A씨(40). 적지않은 나이가 고민됐지만 거금을 들여 5회 맞선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고민은 기우(杞憂)였다. 결혼 운이 트였는지 첫 맞선부터 운명의 그녀를 만나 결혼을 앞두게 된 것. 하지만 A씨는 갑자기 ‘본전’ 생각이 났다. 남은 4회 맞선분의 회원비가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A씨는 결혼정보회사에 결혼 사실을 알리기는커녕 환불 받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불황에는 불황대로, 호황에는 호황대로 수요가 있어 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결혼정보회사. 수만명의 회원이 거쳐가는 만큼 ‘블랙컨슈머’(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다양화됐다.
대표적인 블랙컨슈머 유형은 한두번의 맞선만으로 결혼이 성사된 경우 이를 회사에 숨기는 회원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커플들은 이를 알리기 꺼려해 성혼 통계를 제대로 내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회사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여기까지는 개인의 자유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불만을 제기해 남은 횟수를 환불받으려는 소비자들이 문제다.
결혼정보회사는 보통 5~10회의 맞선을 받는 조건으로 회원을 받는다. 불만사유 발생시에는 업계 표준약관에 따라 전체금액의 20%를 착수금으로 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진행된 맞선 횟수에 따라 N분의 1로 계산해 환불해 준다. 이에 따라 맞선 1~2회만에 결혼에 골인, ‘본전’ 생각이 나는 회원들은 결혼성사 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며 환불을 요청하기 일쑤인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결국 결혼사실이 들통나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커플 사이에 말을 맞추지 않아 한명이 결혼사실을 회사에 알리는 경우도 있는데다,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만천하에 카카오톡 사진과 프로필이 공개되는 등 SNS가 대중화된 요즘은 회원들의 행방을 추적하기가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모 결혼정보회사는 이같은 블랙컨슈머를 색출하기 위해 ‘미니홈피 전담팀’을 꾸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회사에는 별 부담을 주지 않지만 다른 회원들에게 ‘블랙 리스트’가 되는 회원들도 있다. 회원들은 대개 맞선을 본 상대가 맘에 들어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 경우 추가 맞선을 중지하는 반면, 일부 회원들은 첫 맞선 상대와 진지한 만남을 가지면서도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추가 맞선을 계속 요구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결혼정보회사는 회원의 ‘양다리 작전’을 뻔히 알면서도 추가 맞선을 진행해 줄 수밖에 없는 애로점을 토로한다.
맞선을 잡아놓은 회원이 갑자기 약속 ‘펑크’를 내는 경우는 상대 회원은 물론 결혼정보회사도 난감하다. 가연결혼정보 관계자는 “하루 전에 약속을 취소하면 맞선횟수에서 차감하지 않는 반면 그 이후에는 갑작스런 ‘펑크’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만남과 상관없이 맞선횟수로 차감한다”며 “상대 회원에게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맞선자리에서 무례한 행동을 할 경우 회사가 해당회원에 대해 탈회조치를 취하기는 하지만, 상대회원에게는 역시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애로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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