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견학자 700여명이 광복 70주년과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올바른 과거 청산과 진정한 화해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오는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국내 유수 학자들이 대거 일본에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올바른 과거청산과 아시아 평화의 확산을 바라는 학자 일동’(학자 일동)은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관계의 올바른 과거청산과 참다운 화해를 바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식민지 지배의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한일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확립해야 할 적기에 양국관계는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이후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청일전쟁에서 시작된 침략전쟁의 50년사를 인정하고 전쟁과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아시아 민중들에게 자행한 학살과 박해를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일 양국 정부에 대한 요구 사항도 발표했다.
학자 일동은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전해 온 국제인도법에 따라 국가책임을 이행해야 하고, 한국 정부는 1965년의 부실협상을 반면교사 삼아 피해자들의 인권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언에는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국내 유수 학자 707명이 참여했다.
개별 발언에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전시성 폭력의 전형적 유형의 하나일 뿐 아니라 식민주의, 군국주의, 인종주의, 성차별, 계급차별이 중층적으로 얽힌 제국주의 식민지 범죄”라면서 “그럼에도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축으로 하는 ‘1965년 체제’는 반드시 해결했어야 할 과거사 문제를 덮어버린 것이었다는 점에서 불완전하고 불충분했다”며 “진정한 의미의 한일국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식민지 지배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새로운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자 일동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임에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을 합법이라고 주장하거나 한일협상을 통해 논의조차 하지 않은 문제까지도 모두 해결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역사의 과오를 올바르게 대면할 때에만 더 나은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언문을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일 간의 과거사는 양국 경제협력 또는 안보협력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어서 해법을 두고서도 학자들 간에 상당한 이견이 있다”며 “따라서 서명운동을 주도한 학자들은 가급적 많은 학자가 동참하도록 공통의 의제와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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